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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베뉴, '다재다능' 접고 '1인 가구' 집중공략


입력 2019.07.03 11:26 수정 2019.07.03 13:19        박영국 기자

'혼라이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 타깃 지목

1인가구 확대, 소형 SUV 다양화 등 감안

'혼라이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 타깃 지목
1인가구 확대, 소형 SUV 다양화 등 감안


현대차 베뉴 광고영상의 한 장면. ⓒ현대자동차 현대차 베뉴 광고영상의 한 장면. ⓒ현대자동차

“하루쯤은 빵한조각을 먹어도 브런치카페처럼.”
“어떤 물고기를 낚을까. 옆에 어떤 사람이 앉을까 이맛에 혼낚.”
“침묵을 즐기는 것도 혼자만의 특권이지."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베뉴’ 광고 카피다. 처음 이 광고를 접한다면 이어지는 ‘혼라이프 SUV 베뉴’라는 문장이 나오기 전까진 이게 자동차 광고 카피일 것으로는 생각지도 못할 파격적인 문구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베뉴 광고는 지난달 18일부터 총 8편의 짧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방영되고 있다. 토스트, 낚시, 고양이, 비, 침대, 마트, 칫솔, 옷걸이 등을 주제로 혼라이프의 낭만을 보여준 뒤 ‘혼라이프 SUV 베뉴’를 언급하는 방식이다.

혼자 토스터로 빵 한조각을 먹고, 혼낚을 가고, 침묵을 즐기는 ‘혼라이프’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달 베뉴의 사전계약 개시와 함께 타깃층으로 ‘혼라이프를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지목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특정 차종의 타깃층을 이처럼 특정 연령층에 주거 형태까지 구체적으로 한정하는 경우는 없었다. 잘못하면 다른 잠재적 타깃층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뒷좌석이 실질적으로는 ‘가방 던져 놓는 공간’에 불과한 소형 차종의 경우에도 어떻게든 ‘뒷좌석에 건장한 성인이 타도 불편함이 없다’며 다재다능함을 강조하곤 한다.

베뉴는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 대놓고 ‘1인용 차’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베뉴의 마케팅 콘셉트는 1인 가구 급증 추세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는 578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9.2%에 달한다.

전년 대비 가구 수는 3.1% 늘었고, 전체 대비 비중도 0.5%포인트 상승하는 등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정도라면 1인 가구만 공략해도 타깃 범위는 충분한 셈이다.

1인 가구 중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사이 태어난 세대)이면서 자동차를 구매할 만한 경제력을 갖춘 30~39세만 해도 133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 중 10%에게만 베뉴를 팔아도 월 1만대 이상 판매량으로 국내 베스트셀링카에 오를 수 있다.

베뉴 ⓒ현대자동차 베뉴 ⓒ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의 소형 SUV 라인업이 다양화됐다는 점도 현대차가 베뉴의 타깃층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대·기아차에는 베뉴 외에도 코나(현대차), 셀토스(이하 기아차), 스토닉, 니로 등 총 5종의 소형 SUV가 있다. 여기에 기아차가 소형 SUV로 마케팅하고 있는 박스카 쏘울까지 포함하면 6종에 달한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만 봐도 베뉴와 코나의 수요층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베뉴와 코나는 같은 차급에 속하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있다.

차체 크기만 봐도 베뉴는 전형적인 혼라이프 지향 차종이다. 베뉴의 전장은 4040mm로 경차를 제외한 국내 판매되는 5인승 차종 중 가장 짧다. 심지어 단종된 기아차의 소형차 프라이드 해치백(4045m)보다도 짧다.

형식적으로 5개의 좌석을 꽂아 넣긴 했지만 뒷좌석은 비상용이다. 평시에는 혼자 타기에 가장 적합한 차종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내수 시장 성장세가 멈추고 역성장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넓은 수요층을 대상으로 어중간하게 마케팅을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면서 “범위를 다소 좁히더라도 특정 수요층에서 확실한 팬덤을 형성하는 게 오히려 마케팅 측면에서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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