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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정권'의 '위선(僞善) 대변인'


입력 2019.03.29 13:28 수정 2019.03.29 13:32        데스크 (desk@dailian.co.kr)

<서정욱의 전복후계> 견강부회·내로남불·오비이락

선사후공·후안무치·읍참마속…국민적 저항 필연적

<서정욱의 전복후계> 견강부회·내로남불·오비이락
선사후공·후안무치·읍참마속…국민적 저항 필연적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현 정권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작년 7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흑석동 뉴타운 재개발 부지의 25억7천만원짜리 상가를 매입했다. 아파트 2채(큰 평수 1채)와 상가 1채를 받을 수 있는 속칭 '딱지'를 은행 대출 10억여원과 상가 보증금 등을 끼는 방식으로 투자 원금의 무려 3.5배에 달하는 '갭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여섯 가지 키워드로 이 문제를 살펴본다.

1. 견강부회(牽强附會)

"투기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아니면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가 해당된다. 저는 그 둘 다에 해당되지 않는다."

김 대변인이 2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밝힌 해명이다. 한마디로 투기의 개념을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억지 해석한 견강부회다.

그가 비록 30년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정상적 무주택자는 아파트 한 채를 사거나 분양받지 거액의 은행빚까지 져가며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의 딱지 투자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아무리 빠르게 재개발이 이루어져도 3~5년 이상 걸리고, 매년 수천만원의 대출이자를 감당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것이 투기가 아닌가? 은행 대출뿐 아니라 자신의 기존 전세 보증금과 부인의 퇴직금까지 올인하여 투자 원금의 무려 3.5배에 달하는 '갭 투자'를 하여 약 10억여원의 평가차익까지 얻은 것이 투기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투기인가?

현 정권이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전쟁을 하는 시기에 정권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노른자위 뉴타운 투자로 불과 6개월 만에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리는 걸 보는 국민들 속은 지금 뒤집어지고 있다. 김 대변인은 더이상 견강부회의 궁색한 변명으로 폭등한 집값 앞에서 절망하는 청년세대나 무주택 서민들의 불붙고 있는 분노에 부채질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내로남불

현 정권은 2017년 8·2 대책과 지난해 9·13 대책 등 각종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와의 전쟁을 벌여 왔고, 심지어 지난해 3월 발의한 헌법개정안에서 '토지공개념'까지 도입했다. 그리고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장담했다

이처럼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을 타깃 삼아 초과이익 환수제, 조합원 분양권 전매 금지, 5년 재당첨 금지 등의 규제책을 융단 폭격 퍼붓듯 쏟아낼 때 김 대변인은 인생의 명운을 걸고 과감한 딱지 투자에 나섰다. 이야말로 내로남불, 표리부동(表裏不同)의 극치가 아닌가?

정부는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장담하면서 그 뒤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청와대 대변인이 서민은 상상도 힘든 거액의 은행 빚을 지고 자기 전 재산을 던져 재개발 투자에 나선다면 어느 국민이 이런 정부를 믿겠는가? 입만 열면 정의를 부르짖는 정권의 입이 일반인은 엄두도 못 낼 부동산 투자를 하고 태연하게 재산 신고까지 했다면 국민들의 심정은 과연 어떻겠는가? 현 정권과 김 대변인의 겸허한 자성(自省)과 뼈저린 반성,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한 부분이다.

3. 오비이락(烏飛梨落)

김 대변인이 문제의 건물을 매입한 지 일주일 뒤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언급했고, 여기에 자극받아 흑석 뉴타운 땅값이 급등했다. 석 달 뒤엔 김 대변인 소유 건물 지역에 뉴타운 사업시행 인가가 떨어졌다. 김 대변인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관리처분 인가' 직전 단계에서 딱지를 매수해 전매 규제도 피했다.

이 모든 것을 과연 오비이락의 우연으로 봐야 하는가? 우연도 계속되면 필연이 아닌가? 김 대변인은 가까운 친척에게 투자를 권유받았다면서 어물쩍 넘어갈 것이 아니라 매입 경위에 대해 보다 성실한 해명을 해야 한다.

대출 경위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억제 조치를 강력히 취했는데 혹시라도 그 과정에 어떠한 특혜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4. 선사후공(先私後公)

김 대변인은 청와대 입성과 동시에 4억8000만 원짜리 본인 전세를 빼서 곧바로 관사에 입주했다. 이 돈은 나중에 고스란히 부동산 투자에 들어갔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청와대 관사가 개인의 짭짤한 재테크 수단이 된 셈이다.

청와대는 “서울 사는 사람이라도 본인이 신청하면 업무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 배정한다”며 “김 대변인 입주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 서울 사는 대변인이 관사에 입주한 전례가 있는가? 현 정부 들어 박수현 전 대변인이 관사에 살긴 했지만 이는 공주에서 출퇴근하던 특수한 상황이 아닌가? 누가 뭐래도 가족까지 동반한 서울 출신 대변인의 관사 입주는 특혜가 아닌가?

김 대변인은 지금이라도 관사를 통한 재테크야말로 선사후공의 극치임을 명심하여 조속히 관사를 꼭 필요한 공무원에게 되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5. 후안무치(厚顔無恥)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난 애들 학원 하나 보내기도 벅찬데 누구는 자식들을 외국어고니 미국 대학으로 보내고, 똑같이 일하는데도 내 봉급은 누구의 반밖에 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삶 등등.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

김 대변인이 지난 2011년 한겨레신문에 쓴 글이다. 이런 글을 쓴 사람이 이 정부 들어 벼랑 끝으로 내몰린 냉면집 하는 자영업자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내놓은 급매물을 헐값에 투기하는가? 이야말로 후안무치의 극치가 아닌가?

지금 김 대변인 또래의 50대 가장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월평균 가처분소득이 가장 크게 떨어져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 이분들에게 더는 전세 살고 싶지 않아 6개월 만에 시세가 10억원 이상 껑충 뛴 건물주가 됐다는 자칭 초식동물 청와대 대변인의 말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겠는가?

김대변인은 지금이라도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명심하여 스스로 진퇴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6. 읍참마속(泣斬馬謖)

김 대변인은 기자 시절 최순실(최서원) 문제를 파헤쳐(일부 조작해) 문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이에 따라 대변인이 됐고 청와대 안에서도 실세로 꼽힌다. 대통령의 깊은 총애와 실세가 아니라면 어떻게 재산 신고로 다 드러날 것을 알고서도 투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제라도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바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김 대변인을 경질하는 것이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투기 의혹을 받는 청와대 대변인이 매일 국민 앞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한다면 그 누가 믿겠는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은 동서와 고금의 역사가 보여주는 진리가 아닌가? 만일 읍참마속이 되지 않는다면 '재주복주(載舟覆舟)'의 거대한 국민적 저항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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