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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높은 임대료…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고공행진'


입력 2018.09.05 06:00 수정 2018.09.05 05:58        권이상 기자

전국 상가 공실률 부쩍 높아져…임대료 수준 여전히 높고 수익률은 하락세

업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도 필요하지만, 내수경기 활성화가 절실"

내수경기 침체로 전국의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수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빈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상가 모습.(자료사진) ⓒ권이상 내수경기 침체로 전국의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수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빈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상가 모습.(자료사진) ⓒ권이상


정부의 규제의 칼날을 비켜간 상업용 부동산이 풍선효과를 누릴 것이란 기대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높은 임대료 수준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고 수익률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수 부진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 등이 장기화되면서 전국의 상가 공실률과 폐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무리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자영업자들이 불경기를 이기지 못하고 상가문을 닫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토지 분양 방식 등 현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5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인 알원의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전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평균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13.2%로, 전분기인 올 1분기 12.7%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1.9%와 비교하면 1.3%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이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권과 강남권, 여의도·마포권 등 주요 상권에 자리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모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핵심 상권인 강남대로 상권은 지난해 말 18.5%에서 올 2분기 9.4%로 종로 상권은 11%에서 21.4%로 무려 2배 가까이 공실률이 치솟았다.

이 밖에 목동(20.3%→23%), 용산(6.7%→15%), 천호(4.8%→12.1%), 홍대합정(7.4%→12.3%) 등도 같은 기간 공실률이 크게 올랐다.

공실률이 늘어나니 서울 강남의 대표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도 텅 빈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토지건물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밸류맵의 분석에 따르면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올해 거래된 매물은 단 한 건으로 지난해 거래량(19건)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서울뿐 아니라 지방 대도시 중심가 상권에도 빈 상가가 늘고 있다. 부산 연산로터리 상권은 지난해말 8.1%에 불과하던 공실률이 올 2분기 14.4%로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 인천(14.8%→16.6%), 광주(13.8%→16.6%), 울산(17.6%→19.7%), 충북(15.5%→19.2%), 충남(14.3%→15.9%), 전북(20%→21.4%), 전남(18.1%→22.1%), 경남(12.8%→16.7%), 제주(9.4%→10.5%)로 대부분의 지역의 공실률이 높아졌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폐업률은 전년인 2016년보다 10.2%포인트 높은 87.9%를 기록했다. 상가 점포 10개가 문을 열면 최소 8개는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또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최근 지난해 초 서울시 전체 업소수 역시 38만3747개에서 하반기 36만392개로 6.09% 감소했다. 중구와 용산구에서는 10%대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임대료 수준은 변함이 없이 높은 상태다. 지역별 임대료 수준을 보면 전국 평균 1㎡당 임대료는 1만7200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같다. 서울 역시 1㎡당 2만2400원으로 수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률은 모두 하락추세다. 실제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을 제외한 지방 대도시의 수익률은 모두 지난 분기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상가의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새로 분양한 상가들은 대부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 역세권에 공급한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 별내 스테이원’은 평균 14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열흘 만에 완판됐다. 앞서 지난 6월 경기도 안산시에서 분양한 ‘그랑시티자이 에비뉴’의 117개 점포는 하루 만에 모두 분양되는 진기록도 세웠다.

전문가들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임대료 조정과 토지 분양 방식 등 현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최근 내수경기 침체로 장사를 접는 상가가 부쩍 늘었지만, 상가주들이 임대료를 조정하고 있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새로운 상권 기대감으로 새로 분양한 상가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상권 활성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으로 소상공인 보호를 앞세워 상권 활성화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내수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상가 임차인의 발을 묶는 등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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