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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취업자 감소가 인구변화 탓?’ 안이한 정부의 고용분석


입력 2018.07.13 06:00 수정 2018.07.13 06:01        이소희 기자

‘고용쇼크’ 5개월 연속 불구, 이미 예견된 인구감소 원인 들이대 비판 자초

문제는 일자리, 규제개혁 통한 기업 일자리 늘리는 근본적인 대책 필요

‘고용쇼크’ 5개월 연속 불구, 이미 예견된 인구감소 원인 들이대 비판 자초
문제는 일자리, 규제개혁 통한 기업 일자리 늘리는 근본적인 대책 필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고용지표가 올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고용쇼크’로까지 평가되자, 정부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 탓이라는 다소 궁색한 원인분석을 내놔 논란을 빚고 있다.

‘고용대란’ 취업자 증가폭 8년여 만에 최악.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대란’ 취업자 증가폭 8년여 만에 최악.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평균 취업자 증가폭이 14만2000명을 기록하면서 목표했던 32만명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월평균 취업자 증가규모는 36만명이었다.

특히 올 들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 10만명 대 이하라는 통계치에 이어 개선효과를 기대했던 6월 고용지표에서도 취업자 수는 10만6000명 증가에 그쳤으며 고용률은 67%로 1년 전보다 0.1%p 하락했다. 5개월 째 연속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은 11일 6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고용동향의 취업자 증감은 인구효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 수치가 아닌 인구 변동 비율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취업자 증가 규모만을 보고 고용상황을 판단할 경우 실제로 고용상황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해석을 내릴 우려가 있다는 주장으로, 고용상황에 특별한 변동이 없는 경우 인구감소로 인해 취업자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생산가능 인구인 15~64세 비율이 지난해부터 감소가 시작돼 작년보다 1만명이 감소했고, 향후 2020년에는 24만명, 2024년에는 34만명 등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추계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 스스로 올해 취업자수 목표 증가폭을 전년대비 32만명으로 수립할 당시 이미 예견돼 감안됐던 내용으로, 인구 변화 탓은 고용정책 실패를 비켜가기 위한 궁색한 논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에도 ‘올해부터 생산가능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향후 인구가 경제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에 대한 대책도 열거했었다.

또한 정부의 주장대로 생산가능 인구 감소폭을 감안해 고용통계를 해석해봐도 전년대비 1만명 인구 감소를 대비할 때 목표치 32만명 증가는 고사하고 반토막 난 수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올 6월 경제활동 인구만 보면 2816만1000명으로 집계돼,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8만 명이나 증가했다.

고령화 인구 증가와 1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목표 대비 증가 폭은 한참 부족하며, 경제활동 인구 비율로 보면 더 악화된 통계다.

또 정부는 연령별 고용상황과 관련해서도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며 일례로, 6월 기준 15세~29세 청년층의 경우 인구가 14만4000명이 줄어든데 비해 취업자는 4만2000명이 감소해 고용률은 오히려 0.2%P 상승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구 비율지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그러나 이 분석에도 해석의 오류가 있다. 정부가 전제로 내건 고용상황의 변동이 없을 경우 청년 취업자 인구 감소 비율을 적용하면 일자리에 비해 인구가 더 줄었으니 오히려 고용률은 0.2%P 보다 더 올라가야 한다는 또 다른 분석이 따른다. 기회의 비율은 무시된 것이다.

결국 인구 증감 폭만으로는 현재의 고용쇼크를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정부도 일정부분 이를 시인하고 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이에 대해 “인구 영향은 현재의 흐름보다는 앞으로 향후에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흐름”이라면서 “인구효과만으로는 전체 취업자 증감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빈 과장은 “인구 증감으로 인한 취업자 수 증감은 2019년까지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장기 시계열적으로 보면 갈수록 둔화될 수 있으니, 감안해서 해석할 부분이 있다”며 “전체적인 고용상황이 인구 부분을 감안하고서도 그렇게 좋지는 않아 보인다”며 고용침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제조업 등 특정 산업에서의 구조조정 여파를 일정부분 원인으로 지목했으며, 구조조정으로 밀려나 자영업자로 전환되던 비율마저 경기 둔화로 인해 자영업자 감소와 이에 따른 고융원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6월 고용동향 ⓒ통계청 6월 고용동향 ⓒ통계청

기획재정부도 이 같은 고용현황에 대해 제조업 구조조정, 자동차 판매부진, 건설투자 축소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결국 인구감소 보다는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일자리를 창출하던 산업의 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더 큰 원인인 셈이다.

정부가 믿었던 고용시장에서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공기업 채용, 근로시간 단축 등이 해법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로, 현실을 즉시하고 정확한 분석에 근거한 타개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을 비롯해 관련기관들의 올 하반기 고용과 경제상황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전망으로, 고용부진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규제혁신 등을 통한 기업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기상황에서 안이한 분석보다는 정확한 원인분석이 담보돼야 제대로 된 개선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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