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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사인 훔치기’ 논란…무너진 팬들의 신뢰


입력 2018.04.19 08:02 수정 2018.04.19 08:0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KIA 원정 더그아웃에 일명 '컨닝 페이퍼' 부착

구단 측 오전 중 사과 및 입장 발표 나설 예정

류중일 감독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LG 전체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 연합뉴스 류중일 감독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LG 전체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 연합뉴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광주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LG 트윈스의 이른바 ‘컨닝 페이퍼’다.

LG는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종이 한 장을 더그아웃 입구 쪽 통로 벽에 붙였다. 이 종이에는 KIA 투수들의 구종별 사인이 명기되어 있었다.

내용은 아주 자세하다. 우타자 기준 몸쪽 공은 검지 왼쪽을 터치하고, 바깥쪽은 검지로 오른쪽을 터치한다. 이외에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등 구종별 사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일단 이 부분이 징계 여부인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018 KBO리그 규정'에 따르면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를 금지한다고 제26조에 명시되어 있다. 더불어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 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정했다. 즉, 이 규정에 의거하면 LG의 ‘컨닝 페이퍼’는 처벌 대상이다.

문제는 해석의 여지다. 논란이 불거지자 LG 구단 관계자는 "전력분석에서 주자가 도루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변화구 타이밍에 도루를 시도하면 세이프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게 LG의 설명이다.

제26조 4항에는 '상기사항을 위반하였을 경우 해당 당사자는 즉시 경기장 밖으로 퇴장당하며 필요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돼있다. 처벌 대상은 선수들이 아닌 사인을 전달한 구단 프런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LG 구단이 해당 문건만 작성했을 뿐 선수들에게 이와 같은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소명하면 처벌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

LG 구단과 KBO 모두 이번 논란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LG는 19일 오전 중 공식 사과와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다. KBO 역시 LG로부터 경위서를 받아 면밀하게 검토 후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판단한다.

LG 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 연합뉴스 LG 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 연합뉴스

다만 징계 여부를 떠나 LG 구단은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거부터 사인 훔치기는 벤치 클리어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예민한 사안이었다. 2007년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난투극이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하고도 묵묵하게 경기를 치른 KIA 구단이 오히려 대인배로 보일 정도다.

가장 중요한 팬들의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 할 프로 구단의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 작성자 및 게시자, 그리고 이를 지시한 책임자에 대한 중징계는 물론이고 구단 측의 진심 어린 사과가 있지 않고서는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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