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은 강해졌고, 페더러는 여전했다
호주 오픈 이후 페더러와 두 달 만에 재대결
1세트 듀스 접전 펼치는 등 성장한 모습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1위·스위스)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6위·한국체대)은 16일 오전 11시(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총상금 797만2535 달러) 단식 준준결승에서 페더러에게 0-2(5-7 1-6)로 졌다.
이날 정현은 2달 전 열린 호주 오픈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앞서 정현은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에서 페더러를 만났지만 2세트 도중 발바닥 물집에 따른 통증으로 기권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페더러와의 명승부를 예고했다.
실제 정현은 1세트부터 페더러와 듀스 접전을 펼치는 등 두 달 전보다 더 강해진 모습으로 페더러를 압박했다.
경기 초반 페더러의 강서브에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0-3으로 끌려간 정현이지만 끈질긴 모습과 역시 강서브로 맞서며 3-3으로 따라붙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후에는 페러더가 앞서가면 정현이 곧바로 따라 붙는 두 선수의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페더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지는 못했지만 정현 역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며 5-5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막판 집중력이 돋보인 페더라가 자신의 강서브를 코트로 꽂아 내리면서 1세트는 아쉽게 정현이 5-7로 패했다.
2세트는 페더러의 독무대였다.
그는 2세트 첫 번째 게임에서 수차례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지만 정현의 실수를 이끌어내며 게임을 따냈다. 이후 3-0까지 앞서간 페더러는 정현에게 한 게임만 내주고 6-1로 2세트를 손쉽게 따냈다.
정현으로서는 2세트 첫 게임에서 실수로 게임을 넘겨 준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정현으로서도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정현은 올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8강 이상의 성적을 내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두 달 사이 세계랭킹은 58위에서 26위까지 뛰어 올랐다.
비록 패했지만 페더러를 상대로 펼친 정현의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페더러가 아직은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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