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청약가점제에…실수요자 당첨은 오히려 ‘넘사벽’?

원나래 기자

입력 2017.09.20 16:28  수정 2017.09.20 17:03

‘신반포센트럴자이’ 중소형 평균 가점 70점대…신혼·무자녀부부 등 당첨확률 ‘뚝’

최근 분양 단지의 청약 당첨자 결과를 보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은 평균 당첨가점이 모두 70점을 넘어섰다. 신반포센트럴자이 견본주택에 몰린 방문객 모습.ⓒGS건설

앞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시 수성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 85㎡ 이하 민영 아파트에 100% 청약가점제가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 내 전용 85㎡ 이하 주택은 가점제 적용 비율이 40%에서 75%로, 전용 85㎡ 초과는 0%에서 30%로 각각 상향된다.

이처럼 강화된 청약가점제가 확대 시행되지만, 이번 조치가 오히려 일부 실수요자들의 당첨 확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 확대 등을 담은 주택공급규칙을 2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청약가점제는 84점이 만점이며 부양가족 수(35점),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을 기준으로 항목별 점수를 더해 높은 점수 순으로 당첨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부양가족은 1인당 5점씩 가장 높은 점수가 가산되며,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씩, 청약통장은 가입 직후 2점이 가산된 이후 1년마다 1점씩 오른다.

따라서 신혼부부나 부양가족이 없는 젊은 실수요자 등 일부 실수요자들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청약가점제 적용 확대로 오히려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진 셈이다.

여기에 최근 분양 단지의 청약 당첨자 결과를 보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은 평균 당첨가점이 모두 70점을 넘어섰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의 실수요자에게는 턱없이 높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줄임말)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의 청약 결과, 전용 84㎡B는 최저 69점, 최고 78점이었으며 전용 84㎡C는 최저 72점, 최고 78점으로 각각 평균 72.8점, 74.5점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소형 평형의 경우에는 전용 59㎡A가 최저 69점, 최고 74점이었고 전용 59㎡C는 당첨 가점의 평균이 77.3점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되면 전용 59㎡C의 평균 가점인 77점을 받으려면 15년 동안 청약통장에 가입한 만 45세 가장(최고점 17점)이 과거 15년간 무주택자로 살면서(최고점 32점) 6인 가족(1인당 5점씩 30점)이 함께 살아야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가점제가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수가 적은 실수요자들에게는 오히려 전보다 더 분양받기가 어려워지게 만든 제도”라며 “청약의 길이 막혔다면 기존 주택이라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주택 매매거래의 길이 모두 막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제도를 믿고 내 집 마련을 차근차근 준비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렇게 제도가 급격하게 바뀌면 또 다른 역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집값 잡는다고 전 방위적으로 규제가 잇따라 오히려 서민의 내 집 마련 꿈까지 멀어지는 부동산 정책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로 투기과열지구 또는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1순위 자격은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경과해야하고 납입횟수가 24회 이상, 납입금이 청약예치기준금액 이상이어야 주어진다.

예비당첨자 선정도 기존 추첨제에서 가점제로 바뀐다. 앞으로는 정당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해 미계약분이 생기면 가점제를 적용해 1순위 자격을 갖춘 사람을 앞 순번으로 우선 선정하게 된다. 그 다음 순번부터는 추첨제를 적용하고 2순위는 기존과 같이 추첨으로 예비입주자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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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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