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빅3 잘 나가는데…'다음 수' 준비하는 최태원

박영국 기자

입력 2017.08.14 06:00  수정 2017.08.14 08:06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

최태원 SK 회장이 6월 1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사회와 함께하는 딥 체인지 추구의 중요성'을 TED형식으로 강연하고 있다.ⓒSK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

SK그룹이 겹경사를 맞았다. 에너지·화학, 반도체, 통신 등 삼두마차가 일제히 호실적을 내며 곳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는 호황을 즐길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하다. 그들의 신경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SK의 곳간을 풍성하게 해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집중돼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SK그룹 3대 주력 계열사들은 최근 잇달아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1분기 2조467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을 올린데 이어 2분기 3조507억원으로 곧바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분기 대비 24%, 전년 동기 대비로는 6배 이상(574%)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5조5183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D램 수요 급증과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며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2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62.4% 감소한 규모지만 1700억원에 달하는 재고평가 손실과 962억원의 레깅(유가변동과 정제한 석유제품 판매가격 변동의 시차)효과 등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반영된 실적이다.

국제유가가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 이후 반등을 보이고 있어 2분기 악재로 작용했던 재고평가손실은 3분기 재고평가이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연간 실적으로 보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에 못지않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더욱 긍정적인 부분은 SK이노베이션이 더 이상 유가변동에 크게 휘둘리지 않을 만한 기초체력을 길렀다는 점이다. 상반기 화학, 윤활유 등 비석유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36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다.

2분기 유가변동에 따른 석유사업 실적 악화에도 불구 낙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화학·윤활유사업이 버텨줬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분기 연결기준 423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대비 3.9% 성장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실적은 462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 감소했으나, SK브로드밴드와 SK플래닛 등 발목을 잡아오던 자회사들이 실적 개선을 이루며 연결기준 실적이 성장세를 나타냈다.

◆제2의 하이닉스 인수 대박, 어디서 터질까

이처럼 주력 3개 계열사가 모두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SK그룹은 성과에 도취되지 않고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인수한 SK하이닉스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에 따른 정보통신사업 위기 및 저유가에 따른 에너지·화학 불황 시기에 SK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한 버팀목이 됐던 사례를 또다시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SK바이오텍이 인수한 아일랜드 스워즈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 전경.ⓒSK

SK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가장 유력한 분야는 바이오·제약이다. 바이오·제약은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블루오션이자 앞으로 시장 전망이 가장 밝은 분야이기도 하다. 전세계 의약품 생산시장 규모는 620억달러(약 70조원)로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2020년까지 평균 6%의 안정적 성장이 예상된다.

최 회장은 성공여부가 불확실한데다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제약 산업에 20년 이상 장기 투자를 계속해 왔다.

올해도 대규모 M&A를 지속하고 있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지난 6월 의약품 생산부문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 아일랜드의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8만1000ℓ 규모)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SK바이오텍은 유럽 생산거점 확보는 물론, 전문인력 확보 및 BMS의 합성의약품 공급계약과 현지 공장에서 생산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공급계약까지 가져오게 됐다.

SK바이오텍은 20여년간 합성 원료의약품을 생산해왔으며 90% 이상을 북미·유럽의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세종 명학산업단지 내 16만ℓ 규모의 증설을 완료했으며 2020년까지 80만ℓ 규모로 생산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300억원을 달성하는 등 매년 20~30%의 실적 상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앞으로 202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기업가치 4조원 규모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주)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팜도 빠른 속도로 바이오·제약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수면장애 치료 신약 SKL-N05의 글로벌 임상 3상 약효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NDA(신약승인)을 준비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지속적으로 중추신경계 분야의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축적된 신약개발역량을 기반으로 항암분야에 진출하는 한편, 현재 독자개발 중인 뇌전증 신약의 미국 시장 출시를 위한 본격적인 상업화 준비 등을 통해 신약 완제품의 상용화를 추진해 글로벌 바이오·제약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SK 반도체 소재사업 포트폴리오.ⓒSK

반도체 소재 분야도 SK가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반도체용 웨이퍼와 전구체(Precursor), 식각가스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완제품과 연계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SK(주)가 OCI로부터 인수해 SK그룹에 합류한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SK머티리얼즈는 최근 일본 트리케미칼과의 합작사 SK트리캠의 전구체(Precursor)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반도체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전구체는 최근 D램 및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기술 변화에 따라 고성장, 고수익이 예상되는 소재다.

SK머티리얼즈는 기존 주력 제품인 삼불화질소(NF3)도 2500t 이상 추가 생산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방침이며, 올 상반기 중국에서도 500t 규모로 NF3 공장을 증설해 생산에 들어갔다.

SK(주)는 올해 초 (주)LG로부터 국내 유일 반도체용 웨이퍼 제조사인 LG실트론을 인수해 반도체 시장 호황에 따른 웨이퍼 수급 차질 대비체제를 갖췄다.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증설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주업인 석유사업의 잠재적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함께 담당하던 ‘B&I사업’을 ‘배터리사업’과 ‘소재사업’으로 각각 분리해 CEO 직속 사업 조직으로 두고 각 사업의 경영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배터리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배터리 수주 경쟁력 강화 및 통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Battery(배터리)사업본부’를 신설해 사업지원, 최적화,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했다.

또한, 배터리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R&D 역량 강화를 위해 ‘Battery(배터리)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핵심기술 개발부서 등을 신설했다. 이는 향후 배터리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배터리 생산설비는 시장 및 수주 현황을 반영해 2020년까지 생산량을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늘릴 방침이다. 현재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능력을 기존의 4배 이상으로 늘리는 증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SK는 그밖에도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기업인 ESR 지분 인수를 통한 중국 물류사업 진출, 미국 개인 간(P2P) 차량공유 업체인 ‘투로(TURO)’ 지분 투자를 통한 카셰어링 사업 진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지난 6월 최태원 회장이 주재한 확대경영회의에서 결의된 바와 같이 그룹 경영진들은 앞으로도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과 회사 업(業)의 본질을 다시 규정하는 새로운 포트폴리오 발굴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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