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행 현대차 사장 "일감몰아주기 압박, 김상조 만나고 안심"

재계 "예측 가능한 정책, 기업 특수성 감안 발언에 의구심 사라져"

김상조 위원장 "앞으로 개별 기업과 대화 자리 마련할 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간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하현희 (주)LG 사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첫 만남을 가진 4대그룹 전문경영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풀렸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을 대표해 참석한 정진행 사장은 밝은 표정으로 “안심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정진행 사장은 2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4대그룹 전문경영인과의 정책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면서 “예측 가능하고 명확하게, 신중하게 정책을 펴겠다고 말씀해주셨다”고 간담회 상황을 전했다.

그는 다만 “공정위의 주요 화두가 일감몰아주기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방향을 어떻게 하실지 안 물어볼 수 없었다”면서 “양적인 규제책보다는 질적으로 산업의 특수성 감안해서 신중하게 하시겠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그런 과정을 겪어서 앞으로 잘 해가겠다는 말씀도 들어서 아주 안심하고 돌아간다”고 밝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날 간담회 결과에 만족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초대해주셔서 정부시책과 공정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이해가 많이 됐다”면서 “기업이나 나라나 다 경제발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위원장님 얘기 듣고 보니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고,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어떻게 경제발전에 이바지할까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게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자주 만나서 서로에 대한 어려움이라던지 발전 방향에 대해 토의하면 앞으로 좋은 결과 많이 있을 것 같다”면서 “오늘 ‘저자직강(著者直講)’을 들어서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이란 경제정의 분야에서 이론과 실행력이 뛰어난 분”이라며 “그런 면에서 경제 경쟁력이 올라가고 일자리 창출되는 소통을 할수 있도록 자주 만나기로 했다. 좋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하현회 (주)LG 사장은 “비교적 진솔하게 설명해 주셨고 저희는 기업으로서 정책의 방향하고 공감을 이루면서 하나하나 제대로 된 성공사례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 “오늘은 방향성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자리였고, 계속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오늘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경제민주주의가 뭐고 그것이 어떻게 형성됐는가에 대한 것을 제가 알고 잇는 범위 내에서 기업측에 구체적으로 설명 드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인들과의 소규모 모임의 장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앞으로는 개별 기업과의 자리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그는 “네다섯 분씩 만나니까 정말 진솔하고 도움이 되는 말을 나눌 수 있었다”면서 “30대그룹 한꺼번에 모셔서 국무위원 18명이 한꺼번에 참석하는 행사로는 정말 정부와 재계와 진솔한 대화가 어려웠는데 오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유익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각 그룹마다 특수한 사정이 있고 그런 내용들은 함께 모인 자리에서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제가 혹시 개별 그룹 또는 개별 기업 상황과 관련해 어떤 분을 뵙고싶다는 요청을 드릴수도 있겠다”면서 “개별 그룹과의 대화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정진행 사장이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거론하며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많은 그룹들의 문제기도 하지만 개별그룹에서 더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슈일 수 있다”면서 “그런 상황에 대해 향후 개별적 대화를 통해 좀 더 합리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방법을 대화를 통해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간담회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에서도 오늘 모임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끝나는 대로 대통령께 보고하라고 연락이 왔다”면서 “저와 기업 관계자들끼리 나눈 진솔한 대화 내용을 청와대로 가서 보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