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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불매운동 '불한당' 역주행 한낱 꿈이었나


입력 2017.06.03 08:31 수정 2017.06.04 13:41        이한철 기자

흥행 발목 잡은 변성현 감독 SNS 막말 논란

입소문 타고 반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벽 높아

'불한당'이 감독 막말 논란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 CJ 엔터테인먼트 '불한당'이 감독 막말 논란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 CJ 엔터테인먼트

기대했던 '칸 영화제' 효과는 미풍에 불과했다.

변성현 감독의 영화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이 100만 관객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있다. 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불한당'은 누적관객수 89만 명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31일부터 일일 관객수가 1만 명 이하(5899명)로 줄어들면서 사실상 100만 관객 돌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부터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자는 말이 없다' '원더우먼'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속속 개봉하면서 스크린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다.

분명 이 같은 결과는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데다, 오랜 만에 만나는 느와르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동시에 예견된 참사이기도 하다. 사상 초유의 불매 운동이 개봉 전부터 거세게 펼쳐진 걸 감안하면 오히려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부터 특정 대선후보와 지역 차별 발언까지 감독의 막말 논란이 영화 흥행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누리꾼들은 곧바로 변 감독을 '일베(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회원'으로 규정하고 영화 불매 운동을 펼쳤다.

칸 영화제 효과를 기대했던 '불한당'의 기대했던 역주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CJ 엔터테인먼트 칸 영화제 효과를 기대했던 '불한당'의 기대했던 역주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CJ 엔터테인먼트

변 감독은 '불한당' 개봉 직후인 지난달 18일 "아무 생각 없이 적었던 저속한 발언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모든 분께 사죄드립니다"라며 사과했지만, 논란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변 감독은 칸 영화제 참석까지 포기할 정도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의 불매 운동은 집요했다. 각종 영화 관련 사이트와 포털 사이트에서는 평점 0점 세례가 쏟아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부 영화 평론가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잔잔한 '구제 운동'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영화 외적인 문제로 작품성마저 철저히 뭉개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SNS를 중심으로 큰 공감을 샀다. 이들은 대체로 "이대로 외면받기엔 아까운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한당'은 칸 영화제에서도 8분간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 CJ 엔터테인먼트 '불한당'은 칸 영화제에서도 8분간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 CJ 엔터테인먼트

여기에 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큰 호재였다. 영화 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25일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공식 상영회'에서는 무려 8분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조차 "역대급이라 할 만큼 관객 반응이 뜨거웠다. 너무나 성공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현지 열기가 뜨거웠다.

이어 "기발하고 재기발랄한 편집과 신선한 대사가 두 캐릭터의 관계에 몰입하게 하며 영상미 또한 훌륭하다" "최근 개봉한 범죄액션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등 해외 배급사의 호평도 쏟아졌다.

또 6월 프랑스에 이어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일본, 대만, 필리핀에서의 개봉을 확정 지으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고 해외 117개국에 판매되는 놀라운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일부 평론가나 누리꾼들의 옹호 목소리도 소수에 불과해 '불한당'의 역주행을 견인해 내기엔 힘이 부쳤다. 감독과 배우, 제작사로선 크나 큰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불매운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서로 다른 생각을 억압하는 행위"라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집단 린치를 가한 것"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하지만 변 감독의 언행은 "범죄 행위(성희롱)에 가깝고 소수 의견으로 감싸기엔 지나치게 저급했다"는 주장이 많은 게 현실이다.

누리꾼들은 대중들에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평소 언행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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