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 시티는 24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라니에리 감독과 결별한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시즌 레스터 시트를 구단 역사상 첫 1부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중소 클럽 규모였음에도 맨유와 맨시티, 첼시 등 빅클럽들을 제치고 차지한 우승이라 값어치가 훨씬 더 크게 빛났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의 기적은 불과 한 시즌 만에 사라진 모습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 5승 6무 14패로 부진 중인 레스터 시티는 리그 17위로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컵 대회인 FA컵과 리그컵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했다. 유일하게 살아 있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까지 진출했으나 1차전서 패해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이 성급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레스터 시티가 최근 리그 10경기서 1승 2무 7패로 부진하지만, 아직 강등권으로 처진 것도 아닌데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차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 측은 분위기 전환을 선택했다.
1992-93시즌부터 시작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감독은 단 8명뿐이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구단과 좋지 못한 모양새로 헤어졌다.
지난해까지 EPL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마친 감독은 역시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이다. 퍼거슨 전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24년 역사 중 13회를 우승으로 장식한 명장 중의 명장이다. 퍼거슨 전 감독은 2012-13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고, 커리어의 마지막도 우승이었다.
3회 우승에 빛나는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도 비교적 행복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벵거 감독은 아스날 잔류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2003-04시즌 후 13년째 무관인 사령탑에게 이 정도 기회를 준 것만 해도 충분한 대우라 할 수 있다.
EPL 우승 경험 감독들. ⓒ 데일리안 스포츠
퍼거슨과 벵거를 제외한 다른 감독들은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먼저 1994-95시즌 블랙번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케니 달글리시는 우승 직후 팀의 기술이사로 승진했지만, 한 시즌도 되지 않아 팀을 떠났다.
이후 9년간 퍼거슨-벵거 시대를 보낸 EPL은 2004-05시즌 첼시의 우승을 이끈 조제 무리뉴를 맞아들인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2회 우승을 차지하고도 불과 2년 뒤에 경질되는 비극을 맞았다.
구단주의 인내심이 부족하기로 소문난 첼시는 카를로 안첼로티, 재부임한 무리뉴와 오랜 시간 함께 하지 않아 사령탑의 변화가 잦은 클럽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특히 무리뉴 2기의 경우 정식으로는 상호 계약 해지였지만, 누가 봐도 경질이었다.
‘진정한 부’ 맨시티는 다소 다르다. 맨시티의 리그 우승을 이끈 감독은 로베르토 만치니와 마누엘 페예그리니 두 사람이다. 하지만 맨시티는 첼시와 달리 인내심이 상당했다. 만치니는 우승 후 부진했던 이듬해 시즌 막판에 가서야 경질 통보를 받았고, 재계약에 성공했던 페예그리니는 지난 시즌 내내 시한부 감독직 인생을 살다 상호 계약 해지 수순으로 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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