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헤모스-혈우-남자충동-밑바닥에서 개막
검증받은 작품, 마니아 겨냥 틈새시장 활기
매해 2~3월은 관객들의 발길이 끊기는 공연계 비수기다. 그만큼 비수기를 피하고 싶은 제작사와 비수기를 피할 수 없는 극장들의 보이지 않는 밀당이 치열하게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이런 불문율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오히려 연극 마니아를 겨냥한 틈새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엔 과거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틈새시장을 겨냥한 작품들은 초·재연 무대를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을 재공연함으로써 위험부담을 줄였지만, 이번엔 용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초연 신작들과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돈과 권력 앞에 드러난 추악한 속물근성, 연극 '베헤모스'
PMC 프러덕션에서 6년 만에 선보이는 연극 '베헤모스'는 재벌가 아들이 휘말린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그를 변호하는 자와 응징하는 자의 파워게임을 통해 악의 순환을 그린다.
작품의 원작인 KBS 드라마 스페셜 '괴물'(대본 박필주, 연출 김종연)은 방영 당시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으며, 2015년 제49회 휴스턴 국제영화제TV영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베헤모스'는 돈과 권력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속물근성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과연 누가 괴물인지, 우리는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돈과 권력을 이용한 갖가지 비리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현대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에게 날카로운 일침을 날린다. 1일부터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창작산실 우수작품 선정작,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창작산실'의 2016년 연극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질문, 즉 창조론과 진화론 어느 쪽이 타당한가?"라는 주제로 정치, 사회, 종교, 예술 등 각계 인사들의 토론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각자의 종교나 학문에 대한 신념이 확실한 모든 패널들은 결국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론이 아닌 그저 이기기 위한 토론을 펼친다.
서로 물러설 의지가 없는 패널들의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안타까움도 선사한다. 그러나 각자 토론에서 이기기 위해 내뱉는 과학적 종교적 지식의 향연은 지적 즐거움을 더한다. 2월 10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힘의 정치 그린 강렬한 무협활극, 연극 '혈우'
연극 '혈우'는 힘의 정치가 만연했던 고려 무신정권 말기를 다룬 연극이다. 후계 구도에 있던 김준과 최의의 다툼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16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부문에 우수작품제작지원으로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고려무신정권의 '싸움'은 미화의 대상이 아닌 처절하리만큼 생사가 갈리는 장이다. '힘의 정치'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무협활극'이라는 장르를 구축했다. 여기에 26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강렬한 액션 연기가 기대를 모은다.
2008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연기상과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김수현(김준 역)과 2010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남자연기상 수상자이자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2014) 주연으로 주목을 받은 김영민(최의 역)이 출연한다. 2월 11일부터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조광화 연출 데뷔 20주년 기념 '남자충동'
연극 '남자충동'은 연출가 조광화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이벤트 '조광화 전'의 첫 번째 작품이다. 1997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 백상예술대상 희곡상과 대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휩쓸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남자의 역할과 모습에 대한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드는 '남자충동'은 알파치노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 장정과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남자들의 힘에 대한 뒤틀린 욕망과 허세 등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 류승범과 연극계 베테랑 배우 박해수가 주인공 장정을 연기한다. 아버지 이 씨에는 관록 있는 개성파 배우 손병호와 김뢰하가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연은 2월 16일부터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김수로가 선택한 첫 번째 고전 연극 '밑바닥에서'
연극 '밑바닥에서'는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막심 고리끼의 원작을 배경으로 한다. 싸구려 지하 여인숙을 배경으로 행복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암울한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현대 사회의 혼란 속에서 '존엄'을 잃고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려는 루까와 여인숙 사람들이 '희망과 상처'를 이야기한다.
러시아에서 민중의 아들, 민중의 작가라고 불리는 막심 고리끼는 실제 밑바닥 삶을 살았던 인물로 유명하다. 2월 9일 드림아트세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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