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김시진 감독이 자신 있게 내뱉은 말이다. 최고의 투수코치에서 승부사로 변신한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첫해부터 마운드의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
‘한국의 마조니’로 불린 김 감독은 지난 11년간 김재박 감독을 보좌하며 현대의 투수왕국 건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명원·정민태·김수경·임선동·조규제·위재영·조웅천·조용준 등 기라성 같은 투수들이 현대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지난해에도 장원삼·박준수라는 새얼굴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에도 현대는 투수왕국의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 투수들에게 불리해진 대대적인 규정 변화로 각 팀들이 타선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는 투수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리 규정이 변화하더라도 투수가 바로 잡혀야 한다는 야구의 진리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마운드에 대한 불안요소도 없지 않다. 올 시즌 현대 마운드의 업사이드와 아웃사이드를 살펴본다.
▲ 업사이드(Upside)
1. 지난해 박준수가 기록한 38세이브는 오승환의 신기록(47세이브)으로 인해 상당 부분 가려진 면이 많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38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오승환·정명원·진필중·임창용 그리고 박준수까지 단 5명에 불과하다. 올해도 마무리 자리를 맡을 박준수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사이드암으로서 까다로운 투구폼을 지닌 박준수는 묵직한 구위와 안정된 제구력에 체인지업이라는 신무기까지 더해 올 시즌을 기대케 한다.
2. 김시진 감독의 눈을 한 번에 사로잡은 신인 장효훈도 주목된다. 지난해 신인 2차 1번으로 현대에 지명된 천안북일고 출신 장효훈은 우완 정통파로 150km대 직구가 위력적이라는 평가. 현대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장효훈은 김시진 감독이 ‘말보다 실력’으로 확신하는 투수다. 즉시전력감으로 선발진 진입이 기대되는 장효훈은 김수경(1998)-조용준(2002)-이동학(2003)-오재영(2004)에 이어 현대 출신 신인왕 계보를 이을 것으로 주목된다.
3. 지난해 FA 시장에서 김수경은 찬밥대우를 받았다. 역대 FA 중 가장 어린 투수였지만 최근 몇 년간 하향세를 보인 것이 문제였다. 구단들 입장에서는 김수경이 고졸신인 조로현상의 전철을 밟는 것으로 우려됐다. 결국 현대와 ‘1+2’ 계약을 맺은 김수경은 올해 부활을 통해 재평가를 받겠다는 의지. 김시진 감독도 김수경의 부활을 자신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으며 그가 부활할 경우 현대의 선발진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 아웃사이드(Outside)
1. ‘특급 셋업맨’ 신철인이 군입대했다. 지난해 신철인은 77이닝을 던지며 2승3패1세이브 17홀드를 기록했다. 그는 유독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현대가 경기 중반부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신철인의 군입대로 인해 당장 그의 공백이 커지게 됐다. 신철인을 대신할 인물들은 많지만, 신철인처럼 셋업맨으로 특화된 선수가 없다는 게 아쉽다. 위기 상황에서 주자들을 잔루로 남기며 이닝을 끝마친 신철인의 공백은 생각보다 클지 모른다.
2. 지난해 현대 마운드의 ‘원투펀치’는 미키 캘러웨이와 장원삼이었다. 두 선수는 26승을 합작하며 원투펀치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캘러웨이와 장원삼이 올해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가 다소 걱정된다. 캘러웨이는 지난 시즌 막판 부정투구 의혹과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으로 우려를 샀었고, 공이 가벼워 장타를 맞을 위험도가 높은 장원삼은 규정변화에 따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3. 지난 몇 년간 부상 및 재활로 자리를 비운 복귀파들이 지지부진하다. 특히 부동의 에이스였던 정민태와 조용준 그리고 벼랑 끝 심정의 임선동이 아쉽다. 정민태와 임선동은 예의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조용준은 연봉협상으로 전지훈련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전력으로 쓰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들 모두 경험과 관록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라 정상 컨디션만 회복된다면 큰 플러스 요인이지만 그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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