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발 쥔’ 중국항공사, 비행안전까지 위협

이광영 기자

입력 2016.12.25 10:58  수정 2016.12.25 11:10

두배 수준 연봉 제시…숙련 조종사 유출 심각

“노사 타협으로 최소한 비행안전 지켜야”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앞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두배 수준 연봉 제시…숙련 조종사 유출 심각
“노사 타협으로 최소한 비행안전 지켜야”

중국 항공사의 조종사 쇼핑 ‘나비효과’가 국내 항공업계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연봉’을 앞세운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조종사들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국내 항공사에 숙련 조종사가 부족해졌고 그 결과 비행안전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에서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중국으로 떠난 조종사 수는 총 84명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6명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19명의 조종사들이 중국으로 향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19명이 중국 항공사로 직장을 옮겼다.

이러한 조종사들의 이직 러시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항공시장의 조종사 영입 경쟁 때문이다.

중국 항공사들이 제시하는 조종사 연봉은 대한항공 조종사 평균 연봉의 두 배 수준인 약 2억5000만원에서 3억500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고액 연봉으로 유명한 미국 델타항공 기장의 평균 연봉 20만9000달러(약 2억5000만원)을 상회한다.

실제 보잉은 지난 7일 ‘2016 조종사 및 항공 기술자 전망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중국에 11만1000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하며 전 세계 신규 조종사 수요의 40%가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국에는 모두 55개 항공사가 운영 중이다. 5년 전보다 28% 늘어난 수치다. 향후 20년 간 항공 교통량도 4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폭발적인 잠재수요가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인력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에이전시를 통해 외국인 조종사를 확보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해외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공군 조종사 출신 조종사를 영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빈자리가 점차 숙련되지 않은 인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월 김포공항의 안개로 제주에서 이륙할 비행기가 안갯속에서 착륙할 수 없는 기장을 숙련된 기장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4시간 가량이 지연됐다”며 “이처럼 숙련된 조종사의 공백은 향후 국내 항공사 이용객들의 불편이 늘어남은 물론 안전문제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 10년 이상의 양성 기간이 필요한 조종사 인력 유출이 심화할 경우 국가적인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들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중국 항공사와 같은 고액 연봉을 제시할 수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기준 각각 917%, 715%에 달했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으로의 조종사 이탈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파업에 앞서 지난 21일 “유능한 국내 조종사들의 해외 유출을 수수방관하고 경영 잘못으로 인한 손실을 조종사들에게 저임금으로 강요하는 행태를 바로잡고자 파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에 요구한 임금인상안은 조종사 유출사태로 인한 비행안전이 무너진다는 호소”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조종사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연봉 29% 인상안에 따르면 조종사 1인당 평균 3900여만원을 올려줘야 한다. 이를 2500여명의 조종사에 단순 적용하면 97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인 6266억원 가운데 15% 이상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조종사 이탈을 인지하면서도 회사 사정을 감안하면 노조의 요구는 분명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병호 대한항공 인력관리본부장은 지난 9월 열린 ‘2015년 제8차 임금교섭’에서 “조종사 수요가 늘어났다고 해서 임금을 왕창 올려주면 회사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망한다”며 “올해 제외하고 최근 5년간 회사는 계속 적자가 났는데 (요구만큼) 그렇게 높은 임금을 감당할 수 있을만한 회사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조종사노조와 사측이 파업으로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게 된 원인이 중국 항공사의 폭발적인 성장인 것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를 해결해나가는 부분에서 양측의 감정싸움이 격화된 만큼 양측이 한 발씩 물러나 타협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측이 단돈 1000원이라도 수정안을 제시하면 파업을 접겠다고 노조가 제시했던 만큼 현재로선 노사가 한발씩 물러서 타협을 이끌어내고 최소한의 비행안전을 지켜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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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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