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없는 '저쪽'"…'판도라', 시국 비판

부수정 기자

입력 2016.11.30 06:50  수정 2016.11.30 07:23

베일 벗은 하반기 기대작

'연가시' 박정우 감독 연출

국내 최초 원전 블록버스터인 '판도라'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뉴

"우리는 150억인데 '저쪽'은 몇천억이고..."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은 영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감독 중 한 명이다. 그는 28일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혼란스러운 현 시국을 언급했다.

국내 최초 원전 블록버스터인 '판도라'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원전 문제를 안일하게 대처하는 정부 비판 영화로 개봉이 늦어지면서 외압 논란이 일었다. 제작보고회 당시 박 감독은 "영화가 개봉 단계까지 올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자료 조사, 시나리오 작업에 긴 시간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는 원전 사고를 현실 있게 표현해냈다. 민감한 원전 문제를 스크린에 담은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한 성과다.

박 감독은 흥행 전망에 대해 "기대는 하고 있지만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경쟁 상대는 다른 영화가 아니라 아줌마 둘이서 하는 '시국'"이라고 현 시국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 영화를 4년 동안 준비했는데 '저쪽'은 40년 동안 했다더라. 우리는 150억을 들였는데 인데 '저쪽'은 몇천억이라 하고. 특히 '저쪽'은 모든 장르를 아우르기 때문에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관중 동원력도 뛰어나다"고 웃픈 얘기를 이어갔다. 박 감독은 이어 "'판도라'를 만든 궁극적인 목표는 안전"이라며 "권력자들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만든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영화에는 현 시국이 떠오르는 대사와 장면 등이 나온다. 무능력한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박 감독은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대통령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캐릭터 설정을 한 것"이라며 "초반에는 현실적으로 봤음직 한 대통령이지만 후반에는 제 바람을 담았다. 능력이 특출하지 않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대통령이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이 아니겠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원전 블록버스터인 '판도라'는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뉴

그러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면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걱정이 현실처럼 다가오는 게 겁이 났다. 우리 영화와 상관 없이 (시국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판도라'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 모르겠고 걱정스럽다. 각자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복잡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무능한 대통령 역을 맡은 김명민은 "무능한 대통령을 어떻게 하면 무능해 보이지 않게 할까 노력했는데 역시 무능해 보인다"면서 "제가 극 중에서 제일 많이 했던 대사가 '죄송합니다'라는 말이다. 지금 이 자리도 굉장히 송구스럽다"고 털어놨다.

현 시국과 맞물려 대통령 역을 맡은 소감을 들려달라는 질문에는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그 대답 대신 대통령 역을 연기하면서 아쉬웠던 점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김명민은 "총리를 잘못 만난 게 제일 아쉬웠다. 총리만 잘 만났어도 그렇게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텐데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초반에는) 무능하지만 각성을 하고 난 뒤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하는 힘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장이 책임을 지고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현장에 가지 못하고 상황통제실 안에서만 지시해야 하는 게 힘들더라.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에는 유능한 대통령 역을 맡아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명민은 "'판도라'가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과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영화 속) 무능한 대통령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미시겠지만 참고 봐주시라.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12월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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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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