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바이 캡틴’ 제라드 추억하며 돌아본 '그때'

데일리안 스포츠 = 박문수 객원기자

입력 2016.11.27 07:57  수정 2016.11.27 08:18
제라드가 남긴 기록들. ⓒ 데일리안 /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영원할 것만 같았던 캡틴과 마침내 작별의 시간이 왔다.

리버풀과 잉글랜드의 레전드 ‘캡틴’ 제라드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제라드는 19년간 이어진 축구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제라드는 25일(한국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현역 은퇴 소식을 알렸다. 영국 스포츠 TV 채널 ‘스카이 스포츠’를 비롯한 복수 영국 매체에 따르면 제라드는 현역 생활을 이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제라드는 “리버풀은 물론 잉글랜드 대표팀 그리고 LA 갤럭시에 감사한다”며 옛 소속팀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980년생인 제라드는 1987년 리버풀 유소년 아카데미에 입성하며 소속팀과 연을 맺었다.

이후 1998년 블랙번전에서 리버풀 1군 신고식을 치른 후 2015년 1월 LA 갤럭시 입성 전까지 17년간 리버풀에서 활약했다. LA에 입성하며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에 진출한 제라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

제라드 향후 거취를 둘러싼 여러 설이 제기됐지만, 그의 선택은 현역 은퇴였다. 제라드의 19년간 현역 생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되돌아보며 마지막으로 그를 추억하고자 한다.

은퇴를 선언한 캡틴 제라드. ⓒ 게티이미지

1. 안필드 입성 성공한 캡틴, 1998-99시즌 프리미어리그(리버풀 2-0 블랙번)

폴 인스와 마이클 오언의 골로 리버풀이 승리한 블랙번전은 제라드의 데뷔전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리버풀을 이끈 스티븐 스턴튼 감독은 제라드를 후반 종료 직전 노르웨이 출신 측면 수비수 베가드 헤겜과 교체 투입 시켰다. 제라드가 꿈에 그리던 리버풀 1군 무대 입성에 성공하는 순간이다.

현재는 중앙 미드필더로 유명한 제라드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그의 포지션은 중앙이 아닌 측면이었다.

2. ‘미니 트레블의 완성’ 2000-2001시즌(FA컵, 리그컵, UEFA컵)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실패했지만, 2000-01시즌 리버풀은 FA컵 우승과 UEFA컵 그리고 리그컵에서 우승하며 미니 트레블을 완성했다.

팀 내 입지 굳히기에 성공한 제라드는 독일 미드필더 하만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덕분에 유럽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2001년 5월 16일 열린 UEFA컵 결승에서 제라드는 리버풀의 주전 미드필더로서 알라베스전에 선발 출전했고 전반 16분 팀의 추가 득점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 이어진 결과, 리버풀은 알라베스에 5-4로 꺾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3. ‘이스탄불의 기적’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리버풀 3-3 AC 밀란)

제라드 본인이 꼭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밀란 팬들에게는 악몽이었지만 리버풀 팬들에게는 기적이었다. 당시 밀란은 무관의 챔피언으로 유명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빈틈이 없었고, 유럽 내에서 밀란을 꺾을 팀은 없어보였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예상대로 밀란이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전반을 0-3으로 뒤진 리버풀이 후반에만 3골을 터뜨리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덕분에 리버풀은 승부차기 끝에 밀란을 꺾고 유럽 정상에 올랐다.

리버풀 승리의 주역은 제라드였다. 제라드는 후반 선제골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덕분에 이때부터 제라드는 ‘캡틴 제라드’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4. ‘또 하나의 기적’ 2005-06시즌 FA컵 결승전(리버풀 3-3 웨스트햄)

1년 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기적을 연출한 리버풀은 밀란전과 마찬가지 2005-06시즌 다시 한 번 기적을 연출했다.

리버풀은 0-2로 끌려 다녔지만 시세의 만회골에 이은 제라드의 동점골로 2-2 균형의 추를 맞췄다. 반격에 나선 웨스트햄은 콘테츠키가 득점포를 가동하며 경기 종료 직전까지 리버풀에 3-2로 앞섰다. 그러나 종료 직전 제라드가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을 터뜨리며 웨스트햄의 골망을 흔들었고, 결국 리버풀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FA컵 정상을 차지했다.

5. ‘새드 엔딩’ 2013-14시즌 프리미어리그 2위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리버풀은 2013-14시즌 수아레스와 스터리지 콤비 그리고 제라드의 투혼을 앞세워 내심 리그 우승을 바라봤다. 하지만 고군분투에도 불구, 리버풀은 시즌 막판 미끄러지며 아쉽게 우승컵을 놓쳤다.

그러나 제라드는 제라드였다. 비록 첼시전에서 허망한 실수로 패배의 원흉이 됐지만 3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보여준 그의 투혼은 남달랐다.

당시 24년 만의 리그 우승에 나선 리버풀의 제라드는 맨시티전서 2-1 승리를 이끈 후 선수들을 불러 결의를 다졌다.

특히 제라드가 선수들을 모아 놓고 “잘 들어. 오늘 경기는 끝났어. 우리는 노리치 시티로 간다. 우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함께 간다. 가자!(Listen, this is gone. We go to Norwich, exactly the same. We go together. Come on!)"고 말한 일화는 현재까지도 유명하다.

물론 리버풀은 첼시에 패하며 자력 우승 기회를 놓쳤고, 이후 거짓말처럼 맨시티에 밀리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2008-09시즌 2위를 기록한 이후 얻은 값진 결과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문수 기자 (pmsuzuki@nate.com)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