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진종오처럼' 구본찬, 구본찬 지켜낸 혼잣말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6.08.13 06:22  수정 2016.08.13 06:32

두 번의 슛오프 극한 상황에서 '후회없이 하자' 되뇌어

상대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 이기는 비법으로 '메아리'

구본찬이 리우올림픽 남자양궁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게티이미지

구본찬(23)이 개인전 금메달 과녁을 뚫었다.

구본찬은 13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서 펼쳐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장 샤를 발라동(프랑스)을 7-3(30-29, 28-26, 29-29, 28-29, 27-26)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구본찬은 경기 후 박채순 감독과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구본찬은 “개인전 금메달로 올림픽을 마무리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너무 행복하고 속이 시원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과 함께 ‘까불이’라는 별명도 붙었지만, 이날 만큼은 해맑은 웃음 속에도 금메달리스트로서의 위엄이 느껴졌다.

구본찬의 금메달은 한국 양궁 역사에 처음으로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을 안겨준 마지막 퍼즐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오진혁이 따낸 한국 남자 양궁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에 이어 두 번째다. 전날 여자 양궁이 7번째 2관왕을 배출했지만, 남자 양궁은 구본찬이 처음이다.

그만큼 남자양궁은 세계최강 한국에도 극복하기 어려웠다. 이날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 역시 매우 혹독했다.

구본찬(오른쪽)은 경기 후 박채순 감독과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 게티이미지

8강과 4강에서는 마지막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까지 거쳤다. 결승에서는 3세트를 마치고 금메달 세리머니를 펼치려다가 점수가 정정돼 5세트까지 ‘끌려’갔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쉽지 않았지만 구본찬은 상대보다 점수가 높은 과녁에 쏘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슛오프에 나서는 양궁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구본찬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두 번이나 슛오프를 따냈다. 평소 슛오프 승률이 매우 저조했던 구본찬을 지켜보던 양궁 관계자들은 속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이날은 2번 치른 슛오프에서 모두 승리했다.

주눅 들지 않고 끝까지 맞서는 자신감과 도전 정신이 승리의 견인차였다. 그와 함께 자기를 다스리는 혼잣말이 있었다.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구본찬의 주문은 점점 강도와 횟수가 높아졌다. 구본찬은 사선에 들어서기 직전 “자신 있다” “자신 있다” “후회 없이 하자” “후회 없이 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펜싱의 박상영(21)도 경기 도중 혼잣말을 하며 파이팅을 불어넣어 또 한 번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박상영은 지난 10일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 결승에서 '세계랭킹 3위' 제자 임레(42·헝가리)를 15-14로 누르고 금메달을 찔렀다.

박상영은 임레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말려 10-14까지 밀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속 5점을 따내며 극적인 뒤집기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펜싱 금메달 박상영. ⓒ 게티이미지

동시타가 인정되는 에페에서 상대가 1점만 더 얻으면 금메달을 놓치게 되는 벼랑 끝에 몰린 박상영은 피스트에서 혼잣말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박상영은 기적과도 같은 흐름으로 4점을 따라붙고, 마지막으로 어깨를 찌르며 극적인 금메달을 따냈다.

어린 선수들만 주문을 외운 것은 아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2012 런던올림픽·2016 리우올림픽 권총 50m 올림픽 3연패 위업을 달성한 진종오가 위기의 순간 보여준 자기를 다스리는 비법도 감동을 쐈다.

지난 11일 결선 9번째 격발에서 6.6점을 쏘는 치명적인 실수로 ‘서바이벌 탈락’까지 걱정해야 했던 진종오는 차근차근 올라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웠다. 실수 후 벼랑 끝에 몰렸을 때도 ‘진종오답게 하자’ ‘진종오답게 하자’며 마인드 컨트롤에 힘썼다. 그렇게 평정심을 찾지 못했다면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초의 기록인 3연패는 쏘기 어려웠다.

“상대는 나를 넘기 위해 있는 존재일 뿐”이라는 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말처럼, 이들은 탄탄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무너질 수도 있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상대는 그저 나를 이기기 위한 도구였다. 의식하지 않았다. 이 주문들은 불굴의 한국 스포츠인의 정신력을 상징하는 주문으로 오랫동안 메아리 쳐 들려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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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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