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수혁 잊었나’ 사구보다 아찔했던 응급대처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08.08 11:30  수정 2016.08.08 11:31

NC 도태훈, 권혁 사구에 맞은 뒤 그라운드 쓰러져

구급차 한 동안 들어오지 못하는 어이없는 해프닝

도태훈에 대한 늦은 응급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중계화면 캡처

NC 다이노스 신인 야수 도태훈이 첫 선발출전 경기에서 머리에 사구를 맞는 아찔한 상황에 처했다.

NC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펼쳐진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도태훈은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섰다가 한화 투수 권혁의 공에 머리를 얻어맞았다. 시속 140km가 넘는 속구에 헬멧을 강타당한 도태훈은 그대로 타석에 쓰러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권혁은 규정에 의해 바로 퇴장 당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 상황에서 나왔다. NC 트레이너가 쓰러진 도태훈의 상태를 체크하는 사이, 대전구장 측에서 신속하게 환자를 수송해야할 구급차가 들어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지체됐다. 관중석에서는 양팀팬을 가리지 않고 안타까운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겨우 구급차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왔지만 이번엔 환자를 태워야할 차 후문이 바로 열리지 않는 황당한 사태가 나왔다. 다행히 도태훈은 의식을 되찾고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지만 일각을 다퉈야할지도 모르는 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눈앞에 두고도 한동안 멀뚱멀뚱 서서 기다려야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나왔다.

다행히도 도태훈은 병원으로 후송된 이후 CT 촬영 결과 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만일 환자의 상태가 위중한 상황이기라도 했다면 1~2분 차이로 생명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는 이날 대전구장의 응급 대처 능력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낙제점이었다.

한화는 이날 NC를 꺾고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그러나 경기의 승패를 떠나 이날 한화 구단의 대전구장의 응급 처치 시스템에 대하여 분명한 점검과 문책이 필요해 보인다. 야구장에서는 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응급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날 대전구장의 모습은 최소한의 매뉴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야구장에서 신속한 응급대처의 중요성을 깨우쳐준 사례가 바로 2000년의 고 임수혁(롯데)이다. 당시 임수혁은 갑작스러운 심장 이상으로 경기 중 그라운드에 쓰러졌으나 제대로 된 의료진이나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해 적절한 응급 치료를 받지 못했다.

만일 임수혁이 제때 심폐소생술을 받고 병원으로 일찍 이송하기만 했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상황이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임수혁은 안타깝게도 식물인간이 되었고 긴 투병 끝에 2010년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KBO는 임수혁의 사례를 교훈삼아 이후 경기장 내 의료진 배치를 의무화했다

임수혁 사태 이후 벌써 16년이 흘렀다. 하지만 시스템이 아무리 갖춰졌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도태훈의 사구 부상에서 드러난 대전구장의 안전 불감증은 절대로 해프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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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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