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예원은 영화 '트릭'에서 방송에 중독돼 시한부 환자인 남편을 시청자들 앞에 세우는 영애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제가 다큐멘터리 PD라면 신혼부부, 5년 차, 10년 차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조작 다큐멘터리를 소재로 한 영화 '트릭'(감독 이창열·13일 개봉)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강예원(36)에게 물었다. 만약 실제 다큐멘터리 PD라면 어떤 소재를 다루고 싶은지. 다큐멘터리 광팬으로 알려진 그는 이같이 밝힌 이유에 대해 "결혼 생활에 관심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강예원은 "결혼은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주변에 안 한 지인들이 많아서 결혼에 대해 둔감하다. 좋은 아내로 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웃었다.
"요즘 혼란스러워요. 결혼하려면 일을 너무 사랑하지 않아야 하는데 계속 일을 해서. 호호. '내 님'은 어디에 있는지...연애는 하다가 안 하다가 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봐야 아픔도 느끼고, 연기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저도 타인의 눈치를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신경 쓰게 돼요. 돌아다니지 않고 집, 작업실(그림)에 박혀 있죠."
그런 그에게 소개팅은 어떠냐고 했더니 고개를 저었다. 뻘쭘하고 어색하단다. 그러나 이내 "가리면 안 되지. 노력 해보겠다"고 했다.
'트릭'은 휴먼 다큐멘터리 PD 석진(이정진)과 시한부 환자 도준(김태훈)의 아내 영애(강예원)가 명예와 돈을 위해 도준을 놓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를 담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트릭'은 휴먼 다큐멘터리 PD 석진(이정진)과 시한부 환자 도준(김태훈)의 아내 영애(강예원)가 명예와 돈을 위해 도준을 놓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대국민 시청률 조작 프로젝트를 담았다. 방송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악마의 편집'을 다룬 이 영화는 막판 극적 반전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강예원은 방송에 중독돼 시한부 환자인 남편을 시청자들 앞에 세우는 영애 역을 맡았다. 지난 4월 개봉한 '날 보러와요'에 이어 또 어두운 이야기. 2~3개월 차이로 연달아 촬영한 그는 "무거운 작품을 찍어서 나도 우울해졌다"며 "그나마 KBS2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밝고 씩씩한 역할을 맡아 다행"이라고 미소 지었다.
2000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강예원은 '해운대'(2009), '하모니'(2009), '헬로우 고스트'(2010), '퀵'(2011), '조선미녀삼총사'(2013), '연애의 맛'(2015)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흥행 대박을 친 영화는 있었지만 '강예원'이라는 이름을 알린 작품은 몇 안 된다. 작품보다는 지난해 방송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시즌4'와 '진짜사나이-여군특집2'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줬다.
영화 '트릭'에 출연한 강예원은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해서 영화를 택했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타율은 높다. '날 보러와요'는 청불 등급에도 관객 100만명을 돌파,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백희가 돌아왔다'도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안방극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엉뚱한 4차원 소녀' 이미지인 강예원은 "난 에너지가 뜨거운 사람"이라며 "정신력을 강하게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는 '현실 강예원'보다 '배우 강예원'이 좋다고 했다. 작품 속 인물로 살아가는 게 편해서 작품이 끝나면 길을 잃은 느낌이 든단다.
"개인적인 삶보다 배우의 삶이 더 좋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개인의 삶이 더 좋겠죠? 호호.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연기에 중독돼서 연애도 쉽지 않아요. 하긴 하는데 작품에 들어가면 잘 안 됩니다. 무언가 방해받는 느낌이 들면 포기하거든요. 그러다 외로워지고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일을 쉴 땐 연애한다고 생각하면 돼요(웃음)."
영화는 조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방송계의 이면을 드러낸다. 강예원은 "반전보다는 다큐멘터리에 중점을 뒀다"며 "앵글 속의 또 다른 앵글에서 연기하는 내 모습이 신선했고,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해 작품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이 색다른 영화로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영화 '트릭'에 출연한 강예원은 "일중독이라 연애와 결혼이 힘들다"고 밝혔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감정 연기. 그는 "영애가 진짜 감정을 감추고, 스스로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터질 듯하면서 터지지 않는 감정을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이정진, 김태훈 선배가 옆에서 도와줬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악을 해온 강예원은 예술 분야에 뛰어난 소질을 보인다. 수준급 그림 실력은 물론이고, 각종 소품도 제작한다. 그의 손을 거친 그림과 소품은 '날 보러와요'와 이번 영화에 담겼다. 배우는 휴대폰에 저장된 그림을 비롯해, 이정진 김태훈을 그린 그림과 소품 사진을 보여줬다.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손재주가 좋다고 언급하자 그는 "감성이 타고났다"며 "눈물이 많고, 반응이 빠른 편이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선 영애를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캐릭터 정서를 넣은 그림이라 연기할 때 도움 돼요. 감정 잡기도 쉽고요. 그림 그린 지는 5~6년 됐는데 작품 하나하나가 추억이에요. 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을 반영했죠."
'트릭'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감성을 담고 싶을까. "영화 속 일들은 욕심 때문에 일어났어요. 과한 욕심과 이 때문에 생기는 무고한 희생,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감추고 행하는 복수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강예원은 오는 12월 1일 자신의 신작들을 선보이는 미술 전시회를 연다. 순간 얼굴이 밝아졌다. 불안한 마음은 그림을 통해 해소한다.
배우 강예원은 영화 '트릭'을 통해 이정진, 김태훈 등과 호흡을 맞췄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4년 '내 연애의 기억' 인터뷰에서 강예원은 "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우울한 일"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를 언급했더니 "내가 그런 얘기를 했구나"라고 웃었다. 이내 생각에 잠긴 그는 "선택받는 배우의 입장이라 작품이 없는 공백기에는 많이 힘들다는 뜻으로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며 "연기를 배울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하는데 기회가 별로 없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죠. 사실 항상 불안한 건 맞아요. 모든 사람이 그렇잖아요. 어느 직장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감정이 요동치고, 우울할 때 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데뷔한 지 어느덧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험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시련이 와도 이겨내야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데, 강예원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강예원과 함께했던 제작진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그는 내면이 꽤 단단하고, 소신이 곧은 배우 같았다. '강한 사람 앞에서 강하다'는 게 장점이란다.
그는 "스태프를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데 쉽지 않아서 아쉽다"며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을 얘기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정의감에 휩싸여요. 불의를 못 참죠. 만약,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바로 사과하고요. 제 의사를 확실하게 밝히면서 필요한 사항을 당당하게 요구해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땐 이기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원망, 불평, 불만이 안 생깁니다.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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