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의 돌풍에 가리긴 했지만 토트넘 역시 시즌 막바지까지 우승을 다툴 만큼 눈부시게 약진했다.
항상 런던을 연고로 하는 지역 라이벌 첼시·아스날 등에 가려 중상위권팀 정도의 평가를 넘어서지 못하던 토트넘은 올 시즌 전통의 빅클럽들이 자중지란에 빠진 틈을 타 가파르게 치고올라왔다. 우승도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우승을 향한 마지막 실낱같던 희망마저 좌절된 첼시전은 토트넘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이다. 선수단 평균 연령이 24.7세에 불과하다. 젊은 팀이라는 장점은 토트넘이 올시즌 유럽클럽대항전(유로파리그)와 EPL을 병행하면서도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 에릭 라멜라,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토트넘의 20대 주전들은 젊은 나이에 그 재능을 만개하며 각 포지션에서 벌써 EPL 최고의 선수들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토트넘은 젊음의 경솔함 또한 드러냈다. 잘나갈 때는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지만 안 풀릴 때는 분위기에 휘말려 페이스를 잃기도 쉽다.
그것이 바로 연륜의 차이다. 토트넘과 시즌 막바지까지 우승경쟁을 펼친 레스터시티 역시 1부리그 우승경력이 전무한 팀이었지만 ‘위기관리 능력’에서는 토트넘보다 앞섰다. 아것이 희비를 갈랐다.
재능 넘치는 선수들은 많았지만 피치 위에서 선수단을 통솔할 리더가 없었다. 역사상 위대한 챔피언팀들에는 피치 위의 감독이라 할 만큼 강하고 노련한 리더가 있었다. 맨유 로아 킨이나 첼시 존 테리, 리버풀 스티븐 제라드 등은 지금도 리더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토트넘에는 이런 선수들이 없다.
토트넘은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반드시 승점을 챙겨야할 경기를 많이 놓쳤다. 특히, 고비마다 자멸했다. 그나마 고참급에 해당하는 휴고 요리스나 얀 베르통언, 무사 뎀벨레 등은 쉽게 흥분하는 등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경기가 안 풀리자 빗나간 의욕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시즌 내내 뛰어난 모습을 보이던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상대 선수를 가격하여 사후 징계를 받아 잔여 경기에 결장하게 된 것은 불길함 조짐을 알리는 복선이었다.
우승 경쟁의 희비가 갈린 첼시전은 그야말로 진흙탕 승부였다. 반드시 이겨야만 레스터와의 우승 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 토트넘은 절박했지만 빗나간 승리욕은 용납될 수 없다.
양 팀 모두 눈을 찌푸리게 할 정도의 거친 플레이가 난무했다. 첼시의 반응도 격렬했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가 안 풀리자 노골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일삼았다.
심지어 라멜라는 쓰러져 있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손을 의도적으로 밟고 지나가는가 하면, 뎀벨레는 손으로 디에고 코스타의 얼굴을 치기도 했다. 몇몇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흥분을 누르지 못하고 장외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남자다운 모습도, 성인다운 모습도 아니었다.
토트넘은 전반 케인과 손흥민 골로 만든 2골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 2골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흐름을 냉정하게 파악하지 못한 토트넘 선수들이 자초한 결과다. 기회는 있었지만 스스로 걷어찬 것은 토트넘이다. 올 시즌 토트넘이 우승하지 못한 것은 우승할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스스로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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