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각) 태국 방콕 수파찰라사이 스타디움서 치른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석현준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지난 주중 레바논전에 이어 연승을 달린 대표팀은 올해 두 차례 A매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앞으로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그리고 스페인 등 유럽 강호와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이 3월 A매치를 통해 얻은 결실은 장기적 관점에서 슈틸리케호의 길라잡이가 될 전망이다.
첫 번째는 무실점 연승 기록 경신이다. 슈틸리케호는 태국전 승리를 통해 1978년 함흥철 감독, 또 1989년 이회택 감독이 이끌던 당시 대표팀이 세운 7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8경기로 늘리며 신기록을 수립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레바논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록 경신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고, 결국 한국축구 새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는 전술 실험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 태국과의 경기서 모두 다른 전술과 선수 구성으로 실험에 나섰다. 앞서 치른 레바논전에서는 4-1-4-1 포진을 바탕으로 이청용과 이재성이 양 날개에 위치하고 기성용, 구자철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최전방에 황의조를 내세우는 전술로 상대를 공략했다.
후반전에는 이정협, 남태희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고, 종료 직전까지 골이 터지지 않자 미드필더 이재성을 빼고 석현준까지 투입해 박스 안에서 적극적인 볼 경합과 슈팅을 주문했다.
태국전에는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파격 전술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석현준이 서고 레바논전 결승골의 주인공 이정협이 그 뒤와 측면을 받치는 공격수로 투톱을 구성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 좌측 날개로 남태희가 위치했고 중원 볼란치로 정우영과 고명진이 나섰다.
객관적 전력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태국을 상대로 예상만큼의 시원시원한 경기력은 못 보였지만, 그간 A매치에 자주 나서지 못했던 일부 선수들과 새로 발을 맞추면서도 승리라는 결실을 맺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바가 크다.
세 번째는 유럽파 재점검이다.
각자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거나 감각이 떨어져있는 선수들도 이번 소집에 일부 포함돼 슈틸리케 감독이 그간 엄격히 고수해 온 원칙에는 어긋났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속내는 이번 두 경기를 통해 대표팀 ‘가지치기’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왼쪽 수비 듀오 김진수, 박주호는 각각 한 경기씩 선발 풀타임으로 시험을 받았다. 물론 각 소속팀에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탓에 경기 감각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반면, 태국전 환상 중거리포로 결승골을 작렬한 석현준을 포함해 기성용, 구자철 등 대표팀 기둥들은 변함없는 클래스를 뽐내며 팬들을 만족시켰다.
지난해부터 숨 가쁘게 달려온 노력의 결실,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모두 떠안은 대표팀은 오는 6월 스페인, 체코와의 유럽 원정 2연전을 위한 담금질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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