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과 전주 KCC의 프로농구 챔피언전이 양 팀의 치열한 승부만큼이나 팽팽한 신경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미 정규리그부터 치열한 대립각을 세웠다. 맞대결 전적부터 3승3패로 호각이었다. 다만 KCC가 정규시즌 6라운드 마지막 맞대결에서 전태풍의 위닝샷으로 극적인 승리와 함께 우승을 달성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지켜왔던 오리온은 결국 정규리그 우승은커녕 4강 직행조차 실패하며 플레이오프에서의 설욕을 별러왔다.
우여곡절 끝에 챔프전에서 재회하게 된 양 팀은 미디어데이에서 일찌감치 전쟁을 예고했다. KCC 전태풍이 정규리그부터 신경전이 있었던 오리온 조 잭슨을 지목하여 “내가 나이로 재 잭슨의 아빠뻘이다”라고 도발하며 “챔프전에서 잭슨의 뚜껑을 열리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머 속에 독기를 감춘 선전포고였다.
양 팀은 챔프전 내내 곳곳에서 기싸움과 충돌을 벌였다. 아슬아슬한 장면도 몇 차례 나왔다. 1차전에서는 양 팀의 슈터인 문태종과 김민구가 몸싸움을 벌였다. 팔이 엉킨 상황에서 문태종이 김민구를 뿌리치자 이에 지지 않고 김민구가 문태종에게 달려드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민구가 욕설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2차전에는 앙숙인 전태풍과 조 잭슨이 몇 차례 거친 트래시 토킹을 주고받았다. 오리온 포워드 이승현은 자신보다 큰 KCC 하승진과 허버트 힐을 수비하다가 두 번이나 코트에 내동댕이쳐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힐의 파울 때는 이승현도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가 동료들이 다독이며 상황을 무마하기도 했다.
챔프전이 중반에 접어들고 양 팀의 신경전이 점점 과열되면서 농구팬들도 덩달아 편이 갈려 온라인에서 장외 공방까지 벌어지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1차전에서 김민구와 문태종의 충돌은 오히려 경기 후 팬들의 설전으로 논란이 더 커졌다.
김민구의 욕설과 부적절한 행동을 더 질타하는 여론이 높았다. 문태종이 김민구보다 16세이나 많고, 차별적인 언행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1차전 역전승의 주역이었던 김민구는 경기후 문태종에게 사과했고 욕설이 본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벌어진 이후 위축된 기색이 역력했다.
4차전에서는 종료 직전 오리온 최진수의 덩크를 둘러싼 불문율 논란도 나왔다. 이미 승부가 갈린 시점에서 승리 팀은 보통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무리한 공격이나 퍼포먼스를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최진수는 종료 직전 굳이 수비 의지가 없는 KCC를 상대로 과감한 리버스 덩크슛을 꽃아 넣었다.
KCC 측은 최진수의 행동에 불쾌한 반응을 보였지만 별다른 어필은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진수의 덩크도 의도된 신경전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반응도 있다. 양 팀 팬들은 이 장면을 두고도 또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팬들도 비매너와 정상적인 플레이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챔프전같은 큰 경기일수록 종종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기싸움과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다만 지나치게 과열되면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기 쉽다. 남은 경기에서는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 없이 깔끔한 페어플레이로 마무리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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