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resign 오류? 이세돌 안심 못한 이유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3.15 08:31  수정 2016.03.15 08:31

'신의 한 수' 78번째 수로 승부 갈라

지난 2국에서 변칙적인 수로 함정 빠뜨려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resign'을 선언할 때까지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 한국기원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만에 알파고로부터 항복을 얻어냈다. 알파고는 돌을 던지며 PC 모니터에 resign(포기하다)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이미 승부는 초중반에 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세돌 9단은 이번 4국에서 양쪽 두 귀를 점령하고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는 실리작전을 전개했다. 그러자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든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가운데로 유인했다.

이세돌 9단의 응수 또한 대단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상대 집 안 쪽에서 수를 내며 버텼다. 이에 알파고는 우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했다. 실수를 가장한 함정이었다.

이세돌 9단은 침착하게 78번째 수를 중앙 흑 한 칸 사이에 끼웠다. 묘수였다. 이는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의 SNS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허사비스는 대국이 끝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이세돌 9단이 79수를 놓자 승률이 70%로 떨어졌고, 87수 때에는 50% 이하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결국 78번째 수는 ‘신의 한 수’가 된 셈이었다.

제4국이 끝난 뒤 많은 분석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알파고의 오류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완벽에 가까운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세돌 9단의 묘수가 들어간 뒤 실수를 거듭하다 ‘resign’ 선언을 했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알파고는 불리한 형세에서도 어떻게든 승부를 뒤집기 위해 계속해서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마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인간의 본능으로까지 비춰진 대목이었다.

알파고는 수를 둘 때마다 승률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이번 4국을 통해 드러났다. 알파고는 기본적으로 돌을 두기 전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승리 확률을 계산한 뒤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선택한다. 이는 구글 딥마인드 팀이 지켜보는 화면에 승리 확률을 통계적으로 예측한 숫자가 표시된다.

승률이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알파고가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알파고는 90수 이후 계속해서 이핼 수 없는 수를 두기 시작했다. 함정을 파놓고 이세돌 9단을 끌어들여 변수를 만들겠다는 계산에서였다.

이지난 2국에서도 나왔던 장면이다. 변칙적인 수가 난무했던 2국에서는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알파고의 실수들이 이어지며 이세돌 9단이 승기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알파고가 치밀하게 파놓은 함정이었다. 이세돌 9단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사지로 빠져들고 말았다.

당시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프로 9단 해설자들도 이번 4국에서 알파고가 ‘resign’을 선언할 때까지 이세돌 9단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만큼 치밀하고 계산적인 알파고의 대단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며, 그런 알파고를 꺾고 승리를 거머쥔 이세돌 9단이 더욱 위대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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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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