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프리미엄 중형 세단’을 표명한 SM6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같은 중형 차급에 속한 SM5의 존속 여부가 관심이다. 일단 르노삼성은 SM5의 생산과 판매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2일 SM6 출시를 발표하며 “올 연말까지 SM6 5만대를 포함해 총 10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려 내수 시장에서 3위를 탈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목표가 이번에 처음 언급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1월 13일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SM6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은 올해 르노삼성의 판매목표를 10만대로 제시했고, 같은 자리에서 박동훈 부사장은 SM6의 올해 판매목표가 5만대라고 밝혔다.
다만, 당시 박동훈 부사장은 ‘SM6 5만대’의 판매목표에 대해 ‘내부적인 사업계획서상의 목표’라며 공식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으나, 2월 한 달간 진행한 사전계약에서 1만1000대를 돌파하는 등 SM6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아예 공식화한 것이다.
◇SM6 외 다른 모델 판매 지난해 8만대에서 5만대로 축소
주목할 만한 부분은 SM6가 기존 모델의 부분변경이나 완전변경 모델이 아닌, 아예 예전에 없던 새로운 라인업임에도 불구, 전체 판매실적의 절반을 이 모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SM6가 없는 상태에서 기존 모델들로 8만대를 판매했다. 올해 10만대를 판매하고, 그 중 SM6 5만대를 팔겠다는 건 기존 모델 판매량은 8만대에서 5만대로 감소한다는 의미다.
전체 판매실적으로 보면 올해 10만대 판매를 달성할 경우 2만대 증가하는 것이지만, 기존 모델들로만 놓고 보면 3만대 감소하는 셈이다.
SM5 노바.ⓒ르노삼성자동차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SM6 출시 이후 차급이 겹치는 SM5의 도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SM5는 지난해 2만3866대가 판매되며 QM3와 함께 르노삼성의 볼륨 모델 역할을 한 차종이다.
하지만, 올 1~2월 판매량은 2449대로, 지난해 같은 시기(4651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모델 노후화로 하락세에 있는 모델이라지만, 최근의 판매 감소는 같은 차급의 SM6 출시가 임박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M6 출시 전부터 탈리스만(SM6의 르노 버전)을 SM5로 명명하고 기존 SM5를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으며, 차명이 SM6로 결정된 후에는 SM5의 존재 가치가 사라졌다며 단종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SM5의 단종 없이 SM6 등 다른 SM 시리즈와 같이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동훈 부사장은 SM6 공개 당시 SM5의 존속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SM5의 편안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고객층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계속해서 생산,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르노삼성은 올 1월 529대에 불과했던 SM5 판매실적이 2월 1304대까지 회복한 것과 관련해서도 “SM5, SM6, SM7으로 이어지는 라인업 구성을 통한 상품 다변화 전략이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자평하며 SM5의 라인업 잔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SM6와 차급 겹치는 SM5 존재 가치는?
사실 외부 시각으로 보더라도 르노삼성이 SM5를 안고 갈 이유는 많다.
우선 ‘SM5’라는 이름의 상징성이다. 1세대 SM5는 1998년 출시 당시 쏘나타 일색이었던 국내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당시 삼성자동차의 연착륙을 이끈 전설적인 모델이다.
르노삼성은 지금도 회사의 재도약을 다짐할 때마다 당시 주력 모델이었던 ‘SM520’을 거론하며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르노삼성으로서는 SM5가 1세대부터 쌓아올린 브랜드 파워를 쉽게 버리기 힘들다. 향후 더 좋은 모델로 대체하더라도 지금은 구형 SM5로나마 명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SM6를 다른 중형차와 차별화할 수 있는 지렛대의 역할’ 면에서도 SM5의 존재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르노삼성은 SM6를 ‘프리미엄 중형 세단’으로 분류하며, 쏘나타나 K5같은 국산차 보다는 폭스바겐 파사트 같은 수입차와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합리화하려면 SM5가 쏘나타를 상대해 주고(시장점유율은 논외로 치더라도) SM6는 파사트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SM5가 없다면 SM6는 뒤에 붙는 숫자와는 별개로 SM5의 역할을 이어받아 ‘평범한 국산 중형차’가 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의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SM5가 존속할 수 있는 이유이자, 존속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와 같이 라인업이 차고 넘치는 업체라면 생산 효율성 차원에서 판매가 저조한 모델은 정리해야 하겠지만 르노삼성처럼 라인업이 몇 안되는 업체는 조금씩이라도 팔리기만 한다면 굳이 있는 모델을 없앨 이유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은 신차 SM6의 합류 이후에도 SM3, SM5, SM7, QM3, QM5 등 라인업이 6개에 불과하다. SM5를 단종시킨다면 다시 5개로 축소된다.
박동훈 사장의 말대로 화려한 외관과 럭셔리한 인테리어, 퍼포먼스 위주의 튜닝을 한 SM6보다 무난한 디자인과 주행감을 갖춘 SM5를 선호하는 수요층이 소수라도 존재한다면 상품 다변화 차원에서라도 SM5의 존재 가치는 있다.
이같은 요인들을 감안한다면 SM5가 굳이 판매실적에서 큰 기여를 하지 못하더라도 르노삼성이 SM5를 라인업에 존속시킬 이유는 충분하다. 올해 총 판매 목표 10만대 중 5만대를 SM6로 팔겠다면서도 SM5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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