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4명의 새로운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꿈의 무대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박병호가 포스팅을 거쳐 미네소타 트윈스에 둥지를 틀었고, FA 자격을 얻은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오승환과 이대호도 각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했다. 다음 시즌 추신수-강정호-류현진-최지만과 함께 최대 8명의 한국 선수를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과거의 박찬호-추신수같은 1세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진출하여 마이너리그를 단계별로 차근차근 거치며 빅리그에 입성이 오래 걸린 것과 달리, 최근에 KBO 출신들이 일본을 경유하거나 아니면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거 늘었다.
특히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로 직행한 류현진과 강정호가 첫해부터 빅리그에 연착륙한 것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과거에는 미국야구계에서 KBO의 수준을 낮게 보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 KBO에서 정상급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게 달라진 부분.
류현진-강정호에 이어 세 번째로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박병호의 사례는 의미가 크다. 박병호는 KBO리그 4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석권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거포로 자리매김했다. 포스팅을 신청한 박병호는 미네소타로부터 1285만 달러라는 역대 한국인 야수 최다액을 낙찰 받았다. 이후 박병호는 미네소타와의 협상에서 최대 5년간 최대 18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정작 본 계약 규모는 조금 아쉽다는 반응도 있지만, 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스몰마켓이고 포스팅까지 감안하면 총액 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는 것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만큼 박병호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줬다고 할만하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현수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현수는 박병호와 달리 완전 FA 자격이었기 때문에 별도의 포스팅 비용이 필요 없었고 복수의 구단들이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었다. 결국 볼티모어가 2년간 700만 달러의 계약으로 김현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KBO에서 FA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것은 김현수가 최초다.
오승환과 이대호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다소 뒤늦게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오승환은 국내무대를 평정한 뒤 지난 2년간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명문 한신 타이거스에서 구원왕을 차지하며 좋은 기량을 보여줬지만 한편으로 기량이 하락세라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해외 원정불법도박 파문으로 이미지를 구기며 한국으로도 일본으로도 돌아가기 어려운 처지에 직면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미국에서 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높은 연봉인 2년간 1100만 달러에 명문구단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맺었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필승조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대호는 가장 늦게 메이저리그 입성 소식을 전해왔다. 지난해 2년 연속 일본시리즈 우승과과 챔피언시리즈 MVP까지 석권하며 정점을 찍은 이대호는 선수생활의 마지막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많은 나이와 수비에서의 약점이 걸림돌로 작용하며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일각에서는 일본무대로의 유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대호는 미국진출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고 결국 4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최종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보장이 아닌 스프링캠프 초청권이 있는 1년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에 연봉도 400만 달러지만 인센티브가 대거 포함된 금액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불확실한 미래와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가며 도전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새내기 메이저리거로서 새 출발무대에 선 KBO 출신 4인방은 다음 시즌 치열한 주전경쟁을 극복해야하다. 미네소타의 박병호는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프랜차이즈 스타 조 마우어-유망주 미겔 사노 등과 경쟁해야한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박병호가 다음 시즌 미네소타의 주전 지명타자로 예상하고 있다. KBO에서 보여줬단 장타력을 ML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
볼티모어의 김현수가 전망이 나쁘지 않다. 경쟁이 예고되지만 주전경쟁은 청신호다. 볼티모어는 지속적으로 코너 외야수가 약점으로 거론됐다. 우익수가 주 포지션인 김현수는 놀란 레이몬드, 라이언 플라허티, 마크 트럼보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타격면에서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김현수가 테이블세터로 상위타순에서 활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승환은 한국과 일본에서는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트레버 로젠탈이라는 특급 마무리가 있는 세인트루이스에서는 중간계투 보직이 예상된다. 현지에서는 셋업맨 기용을 예상하고 있다. 이대호는 시애틀에 이미 넬슨 크루즈라는 특급 거포가 주전 지명타자 자리를 예악해놓은 만큼, 1루수 자리를 놓과 베테랑 애덤 린드-헤수스 몬테로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이대호의 강점인 정확한 타격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비능력에 대한 검증이 메이저리그 연착륙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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