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원은 영화 ‘그날의 분위기’에서 유연석과 하룻밤을 두고 밀당을 펼친다.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KTX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대뜸 건넨 한 마디. 작업했다 하면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맹공남 재현(유연석 분)의 맹렬한 공격에 수정(문채원 분)은 점점 말려든다.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이처럼 흔치 않지만, 주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과감히 터치로 그렸다. 썸만 타다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남녀들에겐 속을 후련하게 해줄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하지만 문채원은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솔직히 어릴 때는 겁이 없으니까 분위기를 탔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이성적 판단이 앞선다"며 현실 속 자신은 '맹공남'에게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라면 (원나잇 작업 멘트는) 못 들은 척 할 거 같아요. 마지막 엔딩 크레딧 장면에선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게 리얼이네'란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조차도 못할 거 같아요."
문채원은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싱크로율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며 "강력한 한방에 빠져들기 보다는 옷이 젖듯이 서서히 젖어들다가 훅 가는 스타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럴싸한 외모나 작업 멘트에 좀처럼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제목이 주는 강한 끌림 때문이었다.
"제목이 주는 느낌에 많이 끌렸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제목을 통해 느낌을 받는 편인데, '그날의 분위기' 제목이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선택을 한 거 같아요."
시나리오 초고가 작품 진행 과정에서 대폭 수정된 것도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는 게 문채원의 생각이다. 문채원은 "초고는 좀 더 자극적인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는 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완성된 작품은 제목에 맞게 서정적으로 그려진 것 같아 좋다"고 흐뭇해했다.
문채원의 말대로 '그날의 분위기'는 원나잇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영화 자체는 서정적인 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유쾌하고 경쾌한 부분을 적절히 첨가했다. 흔하진 않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팬들의 공감을 살만한 요소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하룻밤이란 소제를 가지고 착하게 만든 게 다른 영화랑 다른 매력 아닐까 싶어요. 뭔가 큰 게 나올 거 같지만, 그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가요. 근래에 센 영화들이 많았는데, 그 사이에서 쉬어가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채원은 SNS 악성 댓글이 신경 쓰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문채원은 최근 데뷔 이래 처음으로 머리를 짧게 잘라 화제에 올랐다. 여성미 넘치는 긴 생머리를 고집했던 문채원이 처음으로 중성적인 이미지로 변신한 것.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상처를 많이 받았느냐는 질문에 애써 "괜찮다.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지만, 어두운 표정을 감추진 못했다. 하지만 차기작 '굿바이 미스터 블랙' 캐릭터를 위해 단발머리를 선택한 만큼, 후회는 없다.
"그동안 변화를 많이 보여드리지 못하다 갑자기 자르니까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이해해요. 무엇보다 캐릭터 때문에 자른 거니까요. 저는 좋아요. 머리도 빨리 말라서 좋고."
각종 SNS에 쏟아지는 악성 댓글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털어놨다.
"사람인데 신경이 많이 쓰이죠. 제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것만 신경 쓰고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까 계속 걸어가는 거죠."
어느덧 30대 문턱에 들어선 것에 대해선 "싫진 않다. 오히려 좋다"며 쿨하게 받아들였다. 지난 20대가 준 행복만큼, 힘든 나날들이었기 때문이다. 배우로 데뷔해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이었다.
"좋은 일 감사한 일들이 많았지만 모든 걸 긍정적으로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스스로 자신을 볶는 스타일이라. 30대 들어선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까.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문채원이 자신이 꿈꾸는 30대의 행복은 "곱씹었을 때 좋은 기억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잠자리에 들 때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것, 그랬으면 좋겠어요. 특별히 마음에 걸리는 거 없이 무탈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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