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와 유도훈 감독은 지난 11일 허버트 힐을 전주 KCC로 보내고 포웰을 재영입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늘 약체라는 평가 속에서도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감동 스토리를 써왔지만 올 시즌은 포웰이 복귀하기 전까지 9승 19패로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포웰 영입으로 전자랜드는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 12일 쉽지 않았던 KT와의 부산 원정경기에서 포웰의 31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 맹활약으로 승리를 따낸 전자랜드는 다음날 홈에서 열린 KCC와의 경기 또한 1점차의 극적인 역전승을 일구며 무려 91일 만에 2연승을 달렸다.
이제 6위 원주 동부와의 게임차는 4.5경기다. 포웰의 합류로 뒤늦게나마 발동이 걸린 전자랜드의 상승세와 아직 4라운드 초반임을 감안했을 때 전자랜드의 6강 진출은 아직까지는 희망적이다.
포웰의 합류는 단지 개인 기록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포웰이 합류한 전자랜드는 또 한 번 팀 전체가 이전보다 유기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포웰이 적절한 패스를 공급해주자 슈터들의 3점슛의 불을 뿜기 시작했고, 팀원들의 사기도 덩달아 살아나는 효과를 거뒀다.
전주KCC전에서는 경기 중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유도훈 감독을 포웰이 직접 나서 다독이며 자칫 과열될 수 있는 분위기를 가라 앉혔다. 정신적 지주 포웰의 존재가 경기 외적으로도 빛을 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면도 있기 마련이다. 포웰을 재영입한 전자랜드가 올 시즌 도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포웰을 영입했다고 해서 전자랜드가 단숨에 우승후보로 발돋움한 것은 아니다.
농구에서 득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높이가 강한 팀이 우승에 근접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자랜드가 4년간 팀에서 몸 담았던 포웰과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결국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196cm의 포웰은 폭발적인 득점력을 갖췄지만 자신보다 신장이 큰 빅맨들을 상대로 골밑에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전자랜드가 포웰 대신 포스트업에 능한 안드레 스미스를 우선 지명했던 이유다.
높이를 보강한 전자랜드 역시 초반 5경기에서 4승 1패를 거두며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스미스의 부상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 됐다. 시즌 중반이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마땅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 유도훈 감독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다시 포웰을 데리고 왔다.
하지만 프로의 목표는 결국 우승이다. 모기업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을 일궈낸 유도훈 감독과 선수들의 투지는 박수 받아 마땅하나 이제는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할 때도 됐다.
상황이 이렇다면 문제는 시즌이 끝난 뒤다. 전자랜드가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포웰의 거취는 시즌을 마치고 다시 한 번 고민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를 장신 1명, 단신 1명(193cm 이하)으로 구분해 선택하는 현재의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토종 골밑 자원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자랜드는 역시 2m가 넘는 정통 빅맨이 더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인천으로 다시 돌아온 포웰의 눈물이 프로의 냉정한 현실 아래 불과 반 시즌 만의 추억으로 끝날 가능성도 결코 낮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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