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 정우 주연의 영화 '히말라야'는 휴먼 감동 스토리를 표방한다.ⓒCJ엔터테인먼트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신의 영역 히말라야. 8000m가 넘는 이 험준한 산은 '산쟁이'들이 무수한 발길이 묻어 있는 곳이다.
워낙 험한 탓에 목숨을 잃는 일도 다반사다. 그런데도 '히말라야'를 찾는 힘은 무엇일까. 엄홍길 대장과 고 박무택 대원의 실화를 담은 영화 '히말라야'에선 답을 찾을 수 있다.
1992년 네팔, 엄홍길 대장(황정민)은 히말라야에 있던 중 SOS 무선을 듣고 일행과 함께 구조에 나선다. 그곳엔 대학생 산쟁이 박무택(정우)과 박정복(김인권)이 등반 중 사망한 동료의 시신과 함께 있었다.
엄 대장은 시신을 두고 가자고 하지만 무택은 "같이 왔으면 같이 내려가야 한다"며 고집을 피운다. 엄 대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대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다른 동료들이 위험에 빠진다. 다신 '히말라야'에 오르지 마라." 엄 대장과 박무택의 운명 같은 첫 만남이다.
이후 김무영(김원해)을 계기로 엄 대장, 박무택, 박정복은 다시 만난다. 그렇게 그들은 '히말라야 원정대'가 된다.
엄 대장, 박무택, 박정복, 김무영을 비롯해 최고참 이동규(조성하), 홍일점 조명애(라미란), 현실파 원정대원 장철구(이해영), 버팀목 전배수(전배수) 등이 원정대와 운명을 같이 한다.
히말라야에 오르던 중 엄 대장은 집념과 끈기, 패기로 똘똘 뭉친 무택과 정상을 밟는다. 생과 사를 넘나든 두 사람은 이후 2000년 칸첸중가, K2, 2001년 시샤팡마, 2002년 에베레스트까지 히말라야 4좌를 등반하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료이자 친형제와 다름없는 우애를 나눈다.
부상이 심해져 산쟁이의 끈을 놓은 지난 2005년. 엄 대장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박무택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 중 생을 마감한 것. 시신이 히말라야에 묻혀 있다는 얘기에 엄 대장은 다시 등산화를 신는다. '히말라야 휴먼 원정대'도 함께.
배우 황정민 정우 주연의 영화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도전을 그린 산악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해발 8750m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을 향해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여정을 시작한 원정대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도전을 그린 산악 영화다.
천만 영화 '7번 방의 선물'(2013), '국제시장'(2014) 등을 만든 JK 필름이 제작하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댄싱퀸'(2012)의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제작비만 100억원대인 대작으로 천만 제작자와 천만 배우 황정민이 만난 또 하나의 천만 영화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화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전반부가 엄 대장과 박무택 대원의 만남, 따뜻한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반부는 엄 대장이 박무택 대원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메워진다.
'히말라야'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산악인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가족들이 반대해도 산에 대한 열망은 멈출 수 없다. 거친 눈보라가 몰아쳐도, 자칫하면 죽을 수 있는 상황에도 산악인들은 불평, 불만 없이 산을 마주한다.
단순히 산을 '정복'하겠다는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 산이 인간을 허락한 거고 인간은 그런 산을 겸허히 받아들일 뿐이다.
제대로 먹고 자지도 못하는 여정에도 산을 오르는 이유는 뭘까. 명예, 기록, 보상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엄 대장은 "산 정상에선 오롯이 나만 느낄 수 있다. 너무 고통스러울 때 가면이 벗겨진 내 진짜 모습이 나온다"고 했다.
영화는 '산'을 소재로 했지만 그 중심엔 사람, 인간애, 끈끈한 동료애가 있다고 말한다. 엄 대장이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맞섰을 때도 그의 옆엔 동료가 있었고 정상을 밟을 때도 그랬다. "대장님이 가면 우리도 갑니다", "제가 형 다리가 돼 줄게요", "지금까지 함께 해줘서 고맙다"라는 대사들이 가슴에 박힌다.
배우 황정민 정우 주연의 영화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도전을 그린 산악 영화다.ⓒCJ엔터테인먼트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도 있다. 어쩔 수 없이 박무택 대원을 산에 묻어둬야 하는 현실, 박무택 대원의 뭉클한 내레이션 등에서 눈물이 터진다.
팍팍한 요즘 세상에선 느낄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을 영화는 일깨워준다. 이 감독 역시 "원정대의 도전을 통해 각박한 현실에서 잊고 살았던 가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수한 우정과 의리를 진정성 있게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배우들과 제작진의 고생이 영화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배우, 제작진은 산악 전문가와 함께한 사전 훈련은 물론 네팔 히말라야, 프랑스 몽블랑 현지 로케이션에 참여했다. 또 네팔 히말라야의 3800m 정도까지 등반해 촬영했고 몽블랑에도 올랐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거대하고 현실감 있는 산을 감상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엔 엄지가 올라간다. 황정민은 휴먼 원정대의 선두에 서서 2시간 동안 영화를 이끌어간다. 특히 체력 저하에 빠진 엄 대장의 쉰 목소리까지 연기해 감탄을 자아낸다. 황정민 외에 정우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이해영 전배수 중 누구 하나 흠이 되는 사람이 없다. 연기 앙상블이 뛰어나다.
'히말라야'는 감동 실화를 표방한 다큐멘터리와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 영화 중간 어딘가에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화로 한 탓에 큰 반전이 없다. 초반부가 다소 길어 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은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JK 필름 특유의 휴머니즘이 얼마나 통하는지가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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