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유 하생량’ 50홈런 MVP 확률 고작 4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1.24 16:20  수정 2015.11.25 15:08

박병호 2년 연속 50홈런 달성하고도 투표서 밀려

반면 40홈런 달성자 100% 확률로 MVP 수상

박병호와 심정수는 50홈런이라는 역대급 기록을 올리고도 MVP를 받지 못했다. ⓒ 연합뉴스

기생유 하생량(旣生瑜 何生亮)

삼국지 주유가 죽기 전 제갈량을 향해 남긴 말이다. 공명과의 지략 싸움에서 끝내 넘지 못한 주유는 “이미 주유를 낳고서, 어찌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라는 명언을 쏟아낸 뒤 숨을 거뒀다. 올 시즌 MVP 경쟁도 이와 다르지 않다.

NC의 특급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가 2015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다.

테임즈는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상식에서 홈런왕 박병호(넥센)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MVP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테임즈는 취재기자단 투표 결과 유효표 총 99표 중 50표를 얻어 44표를 기록한 박병호를 6표 차이로 제쳤다. 만약 1표라도 박병호 또는 다른 선수에게 갔다면 과반수를 넘지 못해 2차 투표로 갈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그만큼 테임즈와 박병호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었다.

테임즈는 올 시즌 142경기에 나서 타율 0.381 47홈런 40도루 140타점 130득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KBO리그 최초로 40-40을 달성했고,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사이클링 히트도 한 시즌 2차례나 작성했다. 그야말로 역대급 시즌을 보낸 테임즈다.

2위에 머문 박병호도 MVP에 손색없는 시즌을 보냈다. 특히 KBO리그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했고,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은 홈런의 대명사 이승엽도 해내지 못한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그동안 홈런왕은 MVP의 바로미터로 통했다. 실제로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3년간 홈런왕이 MVP를 차지한 횟수는 무려 18회에 달한다. 확률로 따지면 54.5%에 이르는 무척 높은 수치다. 즉, 홈런을 많이 때릴수록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에 보다 가까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홈런을 많이 때린다고 꼭 MVP와 인연이 닿았던 것은 아니란 점이다. 특히 역대급 기록으로 불리는 50홈런 달성자들이 좋은 예다.

지금까지 50홈런이 나온 횟수는 고작 5차례. 1999년 이승엽(54개)을 시작으로 2003년 이승엽(56개), 심정수(53개), 그리고 박병호가 올해까지 2년 연속 52개와 53개를 기록했다. 놀랍게도 이들 중 MVP를 받았던 선수는 이승엽(2회)이 유일하다. 결국 50홈런의 MVP 수상 확률은 40%에 불과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병호와 심정수가 울분을 삼켰던 이유는 제갈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정수는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의 이승엽에 밀렸고, 박병호는 지난해 200안타를 최초로 달성한 서건창에 MVP를 내줬다. 50홈런도 대단하지만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른 선수에게 표가 쏠린 결과였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40홈런 달성자들의 MVP 수상 횟수다. 1992년 사상 처음으로 40홈런을 기록한 장종훈(41개)을 비롯해 1998년 타이론 우즈(42개), 2000년 박경완(40홈런), 2002년 이승엽(47개), 2010년 이대호(44개)는 모두 MVP의 영광을 안았다. 확률로는 100%다. 하필이면 이 해에는 약속이라도 하듯 제갈공명의 강림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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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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