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 1년 농사 잘하고도 못웃는 이유

김영민 기자

입력 2015.11.21 09:30  수정 2015.11.23 15:25

순익 증가율 1위, 자산건정성 개선 등 경영능력 인정

최대 현안인 '민영화' 지지부진해 해법 찾기 고심 중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12월 30일 49대 행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

다음달로 취임 1년을 맞는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올해 농사를 잘해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은행 최대 순익 증가율, 자산건전성 대폭 개선 등 지난 1년 성적표만 놓고 보면 뿌듯할만도 하지만 우리은행 최대 현안인 '민영화'가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해법 찾기에 고심 중이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광주·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을 매각하면서 몸집이 줄었고,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적자를 낸 상황에서 취임한 이 행장은 특유의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올해 체질 개선을 통해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다.

우리은행은 올 1~3분기까지 누적 순익 8402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순익 증가율이다. 수신액과 여신액도 각각 17조원, 19조원으로 늘어 증가율면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또한 연체율도 지난해 3분기 0.88%에서 올 3분기 0.83%로 낮아졌다. 가계부문 연체율은 0.72%에서 0.45%로 대폭 개선돼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우리은행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 취임 이후 과감하게 추진한 공격경영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행장은 취임 직후 성과보상 시스템을 손질해 수시로 성과보상을 실시하고, 매달 성과가 우수한 직원들에게 포상금과 인사고과 가점을 주도록 했다. 또 높은 영업 성과를 기록한 외국인 계약직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화하고, 모뉴엘의 부실을 미리 예견했던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부부장급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아울러 부실 대출을 줄이기 위해 저신용 기업에 대한 지점장 전결권을 없애고 본부 승인을 받도록 했다. 저신용 기업 대출보다 고신용 우량기업 대출을 늘려 자산건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이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 행장 취임 이후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 3분기까지 횡령사건이 5건이나 발생했고, 초대형 이체사고도 일어났다.

지난 6월에는 부지점장이 고객 계좌에서 20억원을 빼돌리고 잠적하는 횡령사건이 발생해 우리은행을 발칵 뒤집어놨고, 9월에는 직원계좌로 통신보조금 6만원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600억원이 입급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게다가 최근 3년간 전산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은행으로 조사되면서 이미지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이광구 행장 최대 숙원 '민영화' 연내 가능할까

지난해 이 행장은 취임 과정에서 대통령 측근인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논란이 불거져 홍역을 치렀지만 취임 이후 조직 안정화는 물론 수익 극대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행장의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벌써 5수째인 우리은행 '민영화'의 실마리가 잘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민영화를 과점주주방식으로 전환해 현재 중동 국부펀드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매각 가격을 놓고 의견을 좁히지 못해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동 국부펀드측에 주당 1만3000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중동 국부펀드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가격이다.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1만3000원대를 고수할 경우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연내 우리은행 민영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 등 정치적 이슈로 인해 매각 작업이 더욱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행장은 임기 내에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직접 나서는 것도 막고 있는 형국"이라며 "연내 매각작업에 진전이 없을 경우 몸값은 떨어지고 민영화 가능성도 더 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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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mosteve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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