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원이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전했다. ⓒ SM엔터테인먼트
"한 해 동안 감사했던 일을 적는 버릇이 있는데 작년엔 33가지였지만, 올해는 벌써 68가지나 돼요."
최시원이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인생 캐릭터 김신혁을 만나 펄펄 날았다. 연기력이 일취월장한 것은 물론, 이미지를 180도 바꿔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망가졌지만 잘 생긴 외모와 남성적인 매력은 여전했고, 그런 그를 여성 시청자들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마음엔 여유가 생겼고,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졌다. 슈퍼주니어 멤버로서 정상의 단 맛을 만끽했던 그가 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12일 서울 청담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시원은 "너무 기쁘고 생각하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기쁘다"며 가슴 벅찬 소감을 전했다. 쏟아진 연기 호평에 대해선 "기대 못했다. 여유가 없었다.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려고 집중했다"면서 그 공을 작가와 감독, 그리고 동료 배우들에게 돌리는 성숙함을 보였다.
"너무 감사한 게 좋은 대사를 써주신 작가님과 신혁이라는 캐릭터를 살릴 수 있게 도와준 정대윤 감독님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재밌는 장면을 만들어준 (황)정음 누나에게도 고마워요."
자신의 단점에 대해선 쿨하게 반응했다. 이는 최시원이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깨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사실 제 이미지가 비호감이잖아요. 저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양날의 검이 됐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어요. 그 때 만난 작품이 '드라마의 제왕'인데 그중 직업이 연예인이었죠 제가 받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이더라고요."
최시원은 "그래서 더 용기를 냈다. 갑자기 살인자가 되기는 어려우니 코믹한 요소로 풀어보고자 했다"며 '그녀는 예뻤다'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최시원은 19일 의경으로 입대해 2년간 공백기를 갖는다. ⓒ SM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처음부터 '그녀는 예뻤다'에 애착을 보인 건 아니었다. 소속사 권유로 대본은 받았지만, 부담감에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최시원은 "처음 대본 받았을 때 4부까지 받았는데, 군대 가기 전이라 하기 부담도 되고 개인적으로 정리할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녀는 예뻤다' 대본을 멀리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최시원은 "사장님이 부르시더니 '무조건 내 앞에서 4권까지 다 읽어라'고 하시더라. '그래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대본을 읽어 보니 대사 속에 위트가 있어 너무 하고 싶었다"고 출연을 최종 결심한 이유를 전했다.
그에겐 꿈만 같았던 시간들이었지만, '그녀는 예뻤다'에도 마지막은 찾아왔다. 11일 마지막회에서는 김혜진(황정음)과 지성준(박서준)이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이룬 모습이 그려졌다. 시청률도 15.9%(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최시원은 "모두가 원하고 그렸던 결말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결말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만약 황정음이 죽었다거나 꿈이었다면, 아니면 소설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MBC 앞에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모두가 원하던 결말이기에 조성희 작가가 택한 결말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 고생 많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드라마 종영하니, 어느덧 군입대라는 현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시원은 오는 19일 의경으로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시작한다. 인생의 절정기에 치러야하는 국방의 의무가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는 이를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시간'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20대가 제 인생의 1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군대 가 있는 동안 2막을 준비할 것 같아요. 30대에는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전진하는 시기가 될 것 같아요. 언제나 성공할 수 없겠지만 실패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제야 비로소 "1분 1초가 황금 같다는 걸 느꼈다"는 최시원은 남은 일주일도 정신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낼 예정이다. "너무 부족하지만 유니세프 홍보대사가 됐어요. 저의 상황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하게 됐는데 일을 잘 해놓고 가야 해요."
20대를 누구보다 바쁘고 열심히 달려온 그의 30대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늪 옆에 있던 친구 같은 그의 공백이 아쉽지만, 더 밝은 미래가 있기에 시원하게 그를 놓아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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