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임즈와 박병호. 안타깝게도 둘 중 하나는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우고도 MVP를 받지 못할 전망이다.
먼저 테임즈는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의 원정경기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회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KBO리그 사상 첫 40홈런-40도루가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30-30은 총 7차례 나왔다. 1996년 박재홍(현대)이 첫 달성자이며 1997년 이종범, 1998년 박재홍, 1999년 홍현우와 이병규, 데이비스, 그리고 2000년 다시 한 번 박재홍이 일궜다. 그러나 40-40은 이번 테임즈가 처음이다.
40-40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대기록이다. 1988년 호세 칸세코와 1996년 배리 본즈,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 등 100년 넘는 역사에서 단 4명만이 달성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없다.
테임즈가 올 시즌 일군 기록은 수두룩하다. 그는 지난 4월 9일 광주 KIA전에서 KBO리그 통산 17번째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고, 8월 11일 넥센전에서 다시 한 번 안타-2루타-3루타-홈런을 한 경기서 몰아쳤다. 한 시즌 두 차례 사이클링히트는 최초의 일이다.
장타율 부문은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 테임즈의 장타율은 무려 0.792. 프로 원년인 1982년 백인천(0.740)의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여기에 0.498을 기록 중인 출루율은 이 부문 역대 1위인 2001년 호세(0.503)를 경신할 여지가 있으며 130개의 득점도 지난해 서건창(135개)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박병호도 만만치 않다. 박병호도 같은 날 목동구장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서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53개)은 덤이었다. 이날 53호포로 시즌 146타점째를 올린 박병호는 2003년 이승엽(144개)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변이 없는 한 올 시즌 홈런왕은 박병호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2003년 이승엽(56개)의 한 시즌 최다 홈런까지 넘볼 수 있다. 4년 연속 홈런과 타점 부문 타이틀은 박병호가 꽉 움켜쥔 채 놓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고의 활약을 펼친 MVP 투표에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두 선수 중 한 명은 역대급 기록을 세우고도 MVP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 잔인한 사항은 테임즈와 박병호 모두 1루수라는 점이다. MVP에 이어 골든글러브까지 빈손으로 2015년을 마감할 수도 있다.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선수는 역시나 테임즈다. KB report에 따르면, 올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순위에서는 테임즈가 11.68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박병호는 9.04로 2위. 팀 순위에서도 NC는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어 테임즈가 보다 가치 있는 타자임을 알 수 있다.
변수는 있다. 바로 테임즈가 외국인 선수라는 점이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가 MVP, 또는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국내 선수들에게 밀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않는 이상 국내 선수 쪽으로 투표 향방이 쏠렸다. 2012년 넥센 나이트를 제치고 투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삼성 장원삼이 대표적인 예다.
박병호 스스로도 판세를 뒤엎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한 시즌 최다 홈런이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라 부를 정도로 주목도가 높고 가치 있는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서려면 앞으로 4개를 더 쳐야한다. 넥센의 잔여경기가 고작 2경기라 기록 달성이 쉽지 않지만 박병호는 몰아치기에도 능한 선수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