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공백 후 달라진 '배우 권상우 vs 아빠 권상우'(인터뷰)

이한철 기자

입력 2015.09.24 10:06  수정 2015.09.24 12:32

'탐정: 더 비기닝' 통해 스크린 복귀 신고

"우리 영화는 '언더독' 그래도 흥행 기대돼"

권상우는 '탐정: 더 비기닝'에서 두 아이의 아빠답게 리얼한 육아 연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권상우가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초심으로 돌아가 잠시 넣어뒀던 '코믹 본능'을 다시 꺼내 들었다.

권상우는 영화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 /제작 크리픽쳐스)에서 형사 뺨치는 추리력을 가졌지만 아내에게 구박받는 철없는 만화방 주인 강대만으로 분해 근육은 쫙 빼고 숨겨뒀던 코믹 DNA를 드러낸다.

'탐정'은 강대만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의 비공개 합동 추리작전을 담은 코믹범죄추리극으로 '추석 유일의 코미디'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권상우는 두 아이의 아빠답게 리얼한 육아 연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권상우는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며 극중 강대만이 자신과 닮아 있는 깔맞춤 역할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영화 속 강대만은 살인사건을 수사하면서도 아이를 업고 징징 대는 아이와 씨름하느라 진땀을 뺀다. 현실 속 권상우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오늘 아침에도 기저귀 갈고 우유 먹이고 쓰레기봉투도 버리고 나왔어요. 집안일을 여자 혼자 다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죠. 바쁘면 바쁠수록 더 신경을 써야죠. 당연한 거 아닌가요?."

권상우는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은 처음"이라며 '탐정: 더 비기닝'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권상우가 4년 만에 선택한 작품이 코미디라는 점이 알려졌을 때 의아해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권상우는 "아이 아빠와 남편으로 나오는 대만이의 모습이 연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차별성 있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부분이 매력이 있었다"고 망설임 없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그러나 흥행에 대한 부담은 숨기지 않았다. 한류 스타로서 일본, 중국 등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권상우지만, 국내에선 드라마 '메디컬 탑팀' '유혹' 등 출연작들의 시청률 부진으로 위기감을 들게 했다. 무엇보다 4년 전 영화 '통증'의 흥행 실패는 여전히 그의 마음을 짓누른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정말 애착이 가는 영화였어요. 흥행 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저 자신이 영화에 좀 삐쳤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외면 받아야 할 영화인가, 이정도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죠.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기했어요."

다행히 복귀작 '탐정'에 대한 시사회 반응이 뜨겁다. 본인조차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은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권상우는 "극장에 많이 오는 시즌이라 기대가 되고, 훌륭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좋은 영화들이 개봉하기 때문에 내심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을까 한다"며 "우리 영화는 언더독이이만 중요한 건 관객들"이라고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주변에서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평하기도 한다. 권상우는 "내 영화 중 가장 큰 흥행 스코어를 보인 작품이다. 기분이 좋았다"며 "일반 관객들이 가장 권상우다운 모습으로 봐준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권상우는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젊은 모습을 보여줄 시간은 많지 않다"며 작품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는 내심 '탐정'이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520만 관객 동원 기록을 넘어서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터닝 포인트 삼아 향후 10년, 20년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수현 같은 20대 스타들은 사실 내 눈엔 보이지 않아요. 저도 겪었던 순간이죠. 뒤보다 앞으로가 중요해요. 선배님들이나 동료 배우들을 보면서 해쳐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가 이번 영화에 집착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영화배우 권상우로서 정체성을 찾고 싶은 간절함이 그것이다.

권상우는 "'국제시장' VIP 시사회에 참석해 황정민 선배의 모습을 봤다. 나 자신만이 갖는 소외감과 열정, 이런 게 동시에 느껴지더라. 전작이 잘 돼서 가면 뿌듯한데 오랜 만에 가서 앉아 있으려니 씁쓸하덜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영화 개봉하는 건 배우에게 굉장한 희열을 안겨다 줘요. 길어봤자 얼마 안 되지만, 피곤하더라도 최대한 열심히 하는 게 작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된 권상우는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젊은 모습을 보여줄 시간은 많지 않다"며 "내년쯤엔 적어도 2편 정도는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년 후에는 '탐정' 2편으로 또 한 번 추석 시즌을 달구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멀티캐스팅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해서 그 배우가 1000만을 끌어낼 수 있는 배우라고는 보지 않아요. 그 영화의 여러 가지 요소가 뒷받침됐기 때문이죠. 그런 대작들에 대한 욕심보다는 권상우의 영향이 발휘돼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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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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