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형제의 난, 동주-동빈 '모친 방한' 변수 되나?

아버지·누나·형 이어 모친까지…총수 일가 속속 집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일본인 부인이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 씨가 30일 한국에 입국했다.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오너 가족 일가가 모두 한국에 집결함에 따라 승계와 관련한 ‘가족회의’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롯데에 따르면 시케미쓰 하스코 씨는 이날 오후 2시28분경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하츠코씨는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왜 입국했느냐", "히로유키(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본 이름)와 아키오(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이름) 중 어느 쪽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하츠코씨는 롯데그룹에서 나온 직원들과 경호원 등 10여명의 경호를 받으며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하츠코씨는 남편인 신 총괄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 28일 밤, 신 전 부회장이 전날 밤 귀국한데 이어 모친까지 속속 한국길에 오르면서 롯데 총수 일가의 가족회의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어머니 입장에서 두 형제의 갈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당초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운명을 가를 열쇠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나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光潤社·고준샤) 지분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사흘 전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던 이복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신 총괄회장의 의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꼽혔던 까닭에 신 이사장의 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 모친인 하츠코씨까지 한국을 찾자 이번에는 부친을 설득할 수 있는 '모친의 의중'은 어디 있는가에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 지분 역시 2002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50%를 보유하고 있다가 두 아들에게 상속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나머지 지분의 상당 규모가 하츠코씨 소유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신 전 부회장이 해임된 직후인 올해 1월 일본 롯데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시게미쓰 하쓰코 씨 역시 보유 지분이 있을 테니 그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어머니 입장에서는 장남을 챙기려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이번 시게미쓰 하쓰코 씨의 방한이 '큰아들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복직 등에 대한 요구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난 27∼28일 일련의 사태에 이어 시차를 두고 방한했다는 점에서 차남 신동빈 회장과 교감한 하츠코씨가 메시지를 갖고 왔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만약 이번 가족회의 결과가 ‘신동빈 대 나머지 총수 일가’의 구도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