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셋업맨 찬밥신세는 옛말!’

입력 2006.12.19 10:40  수정

음지의 셋업맨, 수면 위로 떠올라

찬밥신세 셋업맨 처우개선 ´청신호´

삼성 권오준(26)이 연봉 1억9000만원에 내년 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 올해 연봉 1억2000만원에서 무려 7000만원이 올라 연봉 인상률 58.3%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최고의 셋업맨으로 자리매김한 권오준의 연봉대박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오승환과 함께 삼성의 ´지키는 야구´에 중추적 역할을 톡톡히 해낸 권오준은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을 세우는 등 셋업맨으로서 더없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셋업맨들의 입지가 더 탄탄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권오준의 약속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셋업맨, 음지에서 수면으로

현대야구에서 불펜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 아무리 선발진이 강하더라도 불펜진이 약하면 경기 종반에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올 시즌 각 팀들이 저마다 불펜 강화에 열을 올린 것도 괜한 게 아니었다.

시즌 판도를 좌우하는 불펜 강화의 핵심은 바로 ´프라이머리(primary) 셋업맨´이다. 프라이머리 셋업맨이란,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투수 바로 이전에 등판해 1~2이닝을 책임지는 팀내 제1의 셋업맨을 의미한다. 프라이머리 셋업맨의 존재와 활약 여부에 따라 한 시즌 팀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과거의 셋업맨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이기든, 지든 사실상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 등판해 1~2이닝을 막고 사라지는 투수로 인식되던 것이 과거의 셋업맨이었다. 하지만 투수들의 역할 분담이 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진 지금, 셋업맨들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도 2000년부터 셋업맨들을 위한 타이틀로 ´홀드´ 부문을 따로 신설할 정도로 셋업맨에 대한 대우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물론 야구경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선발이나 마무리에 비해 덜 주목받는 게 현실이지만, 팬들은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셋업맨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

▲ 마무리 못지않은 강심장

셋업맨은 화려하지 않다. 승리를 챙기기 어렵고 그렇다고 세이브를 챙길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경기를 시작하는 선발투수와 경기를 마무리 짓는 마무리투수는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셋업맨들은 웬만해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가 쉽지 않다. 또한 셋업맨들은 등판 일정도 불규칙하고 감독이 부르면 언제든지 나가야 한다.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고 위기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셋업맨은 단순히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팀 승리를 위한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나 다름없다. 경기 중·후반 고비에서 마무리투수에게 안전하게 바통을 넘길 수 있는 배짱과 강심장은 필수적인 요소. 마무리투수 못지않은 간 큰 남자들이 바로 셋업맨들이며, 그들은 박빙의 승부에서 아슬아슬한 묘미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안다. 연봉대박을 터뜨린 권오준이 대표적이다. 리그에서 가장 투쟁심이 강한 투수로 평가받는 권오준은 사이드암치곤 빠른 145km 내외의 직구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마운드에서 공격적인 투구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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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업맨 연봉사

셋업맨이 차별을 받은 건 비단 그라운드에서 뿐만이 아니다. 연봉협상 테이블에서도 셋업맨들은 찬밥신세를 받는 경우가 다수였다. 하지만 홀드 타이틀이 만들어진 2000년을 전후로 셋업맨에 대한 처우도 개선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LG에서 셋업맨으로 명성을 떨친 차명석은 셋업맨 연봉 1억원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차명석은 2001년, 연봉 1억원에 계약하며 셋업맨 성공시대를 열었다. ´셋업맨의 대명사´ 조웅천 역시 2001년 연봉 1억400만원으로 차명석에 이어 두 번째로 셋업맨 연봉 1억원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웅천은 2003년에 FA 대박을 터뜨리며 셋업맨으로서 2억원대의 고액연봉자 대열에도 합류했다. 올 시즌에는 사상 첫 11년 연속 50경기 출장기록도 수립했다.

그리고 이제 권오준이다. 2004년부터 주력 투수로 성장한 권오준의 연봉은 매년 수직상승하고 있다. 권오준의 연차를 고려할 때 연봉 1억9000만원은 사실상 셋업맨으로서 최고대우나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32)을 세우는 등 올 시즌 권오준이 불펜에서 보여준 위력은 역대 통틀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권오준의 연봉은 값어치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물론 권오준은 예전부터 선발 전환을 꿈꾸고 있고 실제로 겨우내 전지훈련을 통해 현실화될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권오준이 셋업맨 전성시대에 가속페달을 밟게 만든 실질적 주인공이라는 점. 권오준의 연봉대박은 향후 셋업맨에 대해 보다 합당한 대우를 할 수 있게끔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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