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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감독 "'연평해전' 우파 영화? 판단은 관객 몫"


입력 2015.06.10 08:51 수정 2015.06.10 09:06        부수정 기자

제작 기간 7년 만에 24일 개봉 '결실'

"천안함 폭침도 영화화하고 싶어"

24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4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연평해전'은 무조건 잘 만들어야만 했어요. 제가 지쳐서 쓰러지더라도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죠. 제 능력을 200% 쏟아내야겠다고 다짐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연평해전'은 제작 기간 7년을 거쳐 결실을 보게 된 작품이다. 제작비 부족, 메인 투자자 변경, 출연진 교체 등 몇 차례 우여곡절을 겪고 영화를 내놓은 김학순 감독을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며칠 전 열린 시사회에서 유족들로부터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는 김 감독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영화를 제작하기 전 유족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영화 만들겠다'는 얘기는 안 하고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줬어요.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였는데 다행히 제 마음을 알아주시더라고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진정성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평해전'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한민국과 터키의 3,4위전 때 발발한 제2 연평해전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다. 영화는 참수리 357호의 정장 윤영하 대위(김무열), 조타장 한상국 중사(진구), 박동혁 상병(이현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유족들에게 허락을 구해 대원들의 개인사를 영화적으로 변형했다.

"모든 유족이 '잘 만들어달라'는 같은 말을 했어요. '우리 아들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도 함께요.'잊혀진 전투'라고 불리는 연평해전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면 해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대원들의 희생은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해군 출신인 김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마음이 찡했다"며 "사명감과 많은 사람의 지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영화 촬영 내내 예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제작비 부족으로 크랭크인이 미뤄지는 등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일단 시작한 일인데 중단할 순 없었어요. 상황이 힘들더라도 아이디어를 짜내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김 감독은 제작비 충원을 위해 발로 뛰었지만 투자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을 시작했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며칠 지나지 않아 삼천만원이 모였고 한 달 후 1억원을 돌파했어요. 육·해·공군 측에서도 연락이 왔고 전국 각지에서 도와줬는데 상상도 못 한 일이었죠. 해군 부녀회는 서울, 부산, 진해, 대전 등지에서 바자회를 열어서 후원해줬습니다. 이후 배급사가 결정됐고요."

이렇게 해서 모은 제작비가 20억원. 순 제작비 60억원의 3분의 1이다. "전국적인 관심이 부담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힘을 얻었죠. '넌 무조건 잘 만들어야 한다'고 저 자신을 채찍질했습니다. 이런 생각에 몇 차례에 걸쳐 시나리오를 수정했어요. 전투신도 좋아하지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가족애'를 통한 '감동'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지쳐있던 스태프, 배우들도 김 감독을 믿고 힘을 냈다. "여기저기서 영화 한꺼번에 영화 세 편을 만드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모두가 서로를 격려했어요. '연평해전'이 어떤 영화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진지하게 접근했죠. 감독으로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는데 특히 배우들이 헌신적으로 연기했어요."

24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4일 개봉하는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주연 김무열 진구 이현우는 영화가 지연되면서 캐스팅된 배우들이다. 김 감독은 "박동혁 상병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 이현우에게 출연 제의를 먼저 했다"고 밝혔다. "스물두 살에 맑은 얼굴이 지닌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현우를 보게 됐는데 이미지가 참 괜찮았죠."

진구는 주변 사람의 추천으로 캐스팅했다. "한상국 중사는 터프하면서 인간적이어야 했죠. 진구 씨의 이전 작품을 봤는데 연기도 잘했고 역할에 잘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김무열에 대해선 "섬세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라고 극찬했다. "자칫 놓칠 수 있는 것도 꼼꼼하게 체크하고 연기하는 배우예요. 내면에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연기를 펼쳐요."

김 감독은 "세 배우 모두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얘기를 안 해줘도 각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표현해준 헌신적인 배우들"이라고 고마워했다.

영화에서는 북한 수뇌부 중 한 명으로 분한 김 감독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쑥스러운 듯 웃은 그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감독님은 그냥 앉아만 계셔도 북한군 분위기가 난다'는 한 스태프의 얘기를 듣고 출연했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30분 해상 전투신과 수중 촬영신이다. '연평해전'은 한국 전쟁영화로는 처음으로 3D로 제작했다. 생생한 '리얼리티'를 위해서다. "총알 파편이 날아드는 전투신과 당시 대원들이 느꼈을 두려움, 공포 등을 극대화시키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개봉한 3D 영화 중엔 최고라고 자신합니다. 수중 촬영은 울진 앞바다에서 촬영해서 사실감을 살렸고요."

영화는 개봉 전부터 애국심만 강조한 우파 영화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영화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부분도 등장한다. 후반부에 나온 장례식장 장면에서 대통령이 월드컵 결승전을 보러 일본으로 향했다는 뉴스가 그렇다.

김 감독은 "이런 지적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담담하게 자기 생각을 피력했다. "'연평해전'에서 정치적 이념은 중요하지 않아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상식이에요. 당시 희생자들,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말하는 거죠. 정치적 얘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건 관객들의 자유예요."

특히 뉴스 장면에 대해선 "한쪽에선 즐거운데 또 한쪽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나타낸다"며 "보는 사람에 따라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세상은 어쨌든 흘러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누구도 비난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기쁜 건 당연하고, 미리 잡힌 일정을 소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다만 연평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분단의 현실과 이런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담아냈습니다. 나라와 인간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합니다."

김 감독은 또 "기회가 닿으면 천안함 폭침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당시 병사들이 얼마나 힘들었고, 무서웠는지 생각하곤 합니다. 제작하게 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싶죠."

영화는 엔딩 크레디트에 11분5초를 할애한다. 7000여명의 크라운드 펀딩 참여자의 이름이 올라가는 게 인상적이다.

"돼지 저금통을 전달한 가족, 5000원권 문화 상품권을 보낸 고등학생 등이 생각납니다. 액수를 떠나서 피와 땀이 담겨 있는 작은 정성 하나하나가 감동이었죠. '영화를 허투루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김 감독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극장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면서도 "'연평해전'은 그간 여러 고비를 넘겼다"며 희망을 품은 듯 미소를 지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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