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 ´애증´의 롯데 뒤로하고 ‘새출발’

입력 2006.11.23 10:54  수정

롯데 야수 최고 계약금 주인공

잠재력 발산 못하고 삼성 이적

‘굿바이 롯데’

지난 2001년, 비교적 투자에 인색한 롯데를 상대로 당당히 계약금 4억 원을 요구한 당찬 대졸신인이 있었다. 바로 그 주인공은 마산고-연세대를 졸업한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신명철(28).

데일리안 스포츠

신명철은 야수로서는 롯데 역대 최고 계약금(3억2000만원)을 받고 화려하게 입단했다. 4억을 요구할 정도로 신명철의 기량과 명성은 대단했고, 몇 년간 톱타자 부재에 시달리던 롯데도 신명철에 거는 기대가 컸다.

2000년을 기점으로 롯데는 서서히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특히, 전준호의 이적 이후 마땅한 톱타자를 찾지 못해 고민이 컸다. 김대익이 전준호의 뒤를 이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노장 김응국이 톱타자로 나섰을까.

톱타자 부재에 시달리던 롯데 팬들에게 신명철의 가세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드림팀1의 금메달 멤버였던 신명철은 아마추어 최고의 선수였다. 박한이-정대현과 함께 ‘빅3’를 형성한 신명철은 야수로는 박한이보다 더 높이 평가받았다.

실제로 신명철의 계약금은 박한이(3억) 보다 2천 만원 더 많았다. 호쾌하고 정확한 타격, 빠른 발과 작전수행능력, 오랜 국가대표 경력은 롯데팬들의 기대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신명철은 2001년 데뷔를 앞두고 치러진 전지훈련에서 김명성 당시 감독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롯데도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에 호타준족의 신명철을 일찌감치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로 점찍었다.

그러나 정작 시즌에 돌입하자 기회가 오지 않았다. 2루에는 박정태, 유격수에는 김민재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두 베테랑의 벽은 생각보다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명철을 아꼈던 김명성 감독이 그해 7월 심근경색으로 타계했다. 신명철로서는 든든한 후원자를 잃은 셈이었다.

2002년에도 신명철은 박정태의 그늘에 가려 옴짝달싹 못했다. 그 사이 동기생 박한이는 삼성의 톱타자로 자리매김하며 한창 승승장구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박한이를 지명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신명철을 질타했다.

2004년까지 신명철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주전과 백업 사이를 맴돌았다. 아마시절의 호쾌한 타격은 사라졌고 글러브질도 안 좋았다. 100m를 11초에 주파한다는 스피드는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2005년, 신명철은 주전 2루수로 확고히 자리 잡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116경기 출장해 타율 2할5푼6리-5홈런-21도루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수비도 빈틈이 없어졌고 타격에서도 힘을 냈다. 무엇보다 빠른 발과 번트를 비롯한 작전수행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테이블 세터’로서 더없이 좋은 활약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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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적으로 2004년의 좋은 활약이 신명철의 발목을 붙잡은 꼴이 되고 말았다. 2004년 활약에 한껏 고무된 신명철은 시즌 종료 후 연봉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복잡한’ 겨울을 보냈다. 한창 기량을 쌓아나갈 시점에서의 훈련 부족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올 시즌 신명철은 타율 1할7푼5리를 치는데 그쳤다. 삼진(40개)이 안타(29개)보다 많았다. 2004시즌 말부터 조짐을 보인 큰 스윙과 당겨치기가 대량 삼진의 요인이었다.

롯데팬들도 점점 신명철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 시작했다. 신명철은 1군과 2군을 들락거리며 방황했다. 신명철이 방황하는 사이 롯데 내야에는 유격수로 자리를 굳힌 박기혁을 비롯해 이원석-정보명 등 후배들이 치고 올라왔다. 차세대 스타라던 그도 차츰차츰 나이를 먹더니 어느덧 28살. 이는 롯데가 기회를 줄만큼 줬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었다.

결국, 롯데는 신명철에 대한 기대를 접고 21일 삼성 강영식과의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팬들로부터 큰 기대와 따가운 질타를 한 몸에 받았던 신명철이 6년간의 롯데 생활을 공식적으로 접는 순간이었다.

신명철은 애증의 롯데를 떠나 삼성에 새둥지를 틀게 됐다. ‘타선 강화가 최대 목적인 삼성이 왜 신명철을 영입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명철은 가장 ‘선동렬 스타일’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탄탄한 수비력과 빠른 기동력은 점수를 짜내고 지키는 선동렬 감독의 야구와 부합한다.

관건은 팀 배팅과 짧게 치기. 2005시즌 초반 신명철이 잘나갈 때의 타격법이다. 큰 스윙을 버리고 팀 배팅에 주력한다면 신명철의 수비와 주루능력은 삼성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삼성의 주전 2루수 박종호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하향세에 있다. 야수의 세대교체를 추진 중인 삼성에게 신명철은 신선한 바람이 될 수 있다.

이제 아마추어 시절의 화려한 날들을 잊고,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각오로 다시 출발선상에 선 신명철. 과연 그의 새 출발에 행운이 깃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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