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묘미' 앞치마 두른 남남케미 안방 장악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2.06 09:41  수정 2015.02.06 09:48

'오늘 뭐먹지'·'수요미식회 등 요리 프로그램 봇물

색다른 재미…여성 시청자에게 인기 '시청률 효과'

최근 남성 출연자들을 내세운 요리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tvN '오늘 뭐 먹지?'·'수요미식회'·'삼시세끼' 포스터. ⓒ CJ E&M

"'케미' 넘치는 남남 커플, 요리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네요."('오늘 뭐 먹지?' 시청자 게시판)

'요리하는 남자'가 방송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여성 출연자들이 요리 프로그램을 점령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남자 스타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는 tvN '오늘 뭐 먹지?' '수요미식회' '삼시세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이 있다.

'달그락달그락', '뚝딱 뚝딱' 요리하는 소리가 안방극장에 생생하게 전달돼 침샘을 자극한다. 그것도 입담과 끼를 갖춘 남자들과 함께. 덩달아 눈도 즐거워진다.

가장 화제를 몰고 있는 프로그램은 나영석 PD의 밥 짓기 예능 '삼시세끼'다.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표방,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경험하는 야외 버라이어티다.

시즌1에서는 '투덜이' 이서진과 '순둥이' 옥택연을 주축으로 매회 다른 게스트가 나왔다. 곱게 자란 듯한 두 두시 총각이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묘한 재미를 선사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어느덧 밥 한끼를 '뚝딱' 만들어내는 남자들의 매력은 '여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4.6%(닐슨코리아·케이블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9.1%까지 치솟았다. 시즌2는 필수였다. 단짝 배우 차승원, 유해진이 어촌으로 떠났다. 전라남도 섬 만재도로 향한 두 사람은 1편보다 더한 악조건에서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장근석의 하차와 손호준의 겹치기 논란으로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나 PD와 '삼시세끼'의 브랜드는 굳건했다. 첫 방송 시청률은 무려 9.7%. 지상파를 뛰어넘는다.

또 다른 '남남 커플'은 '오늘 뭐 먹지?'의 신동엽·성시경이다. JTBC '마녀사냥'에도 함께 출연 중인 두 사람이 주고받는 재치 입담은 단연 돋보인다.

'생활밀착형 집밥 레시피 쇼'를 표방, '오늘 만들어 먹을 메뉴'를 두 MC가 선정해 평소 즐겨먹는 익숙한 집밥 메뉴를 자신만의 레시피로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또 특정 음식의 대가를 초대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독특한 비법을 전수받는다.

최근 남성 출연자들을 내세운 요리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포스터. ⓒ JTBC

이는 요리 프로그램의 주 시청층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20대 여성 시청자층에서 최고 시청률 1.1%를 기록, 지지를 받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두 MC가 실수하고 허둥대며 요리하는 모습과 화끈한 '먹방'이 친근감을 줬다"며 "손쉬운 요리라는 콘셉트와 '요리하는 남자'의 매력이 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한 tvN '수요미식회'에도 남자 방송인들이 대거 출연했다. 전현무가 진행자로 나섰고 슈퍼주니어 김희철, 강용석 변호사, 배우 김유석, 어반자카파 박용인 등이 등장했다.

'고품격 음식 프로그램'을 표방해 먹방에 치우친 기존 음식 프로그램과 달리 음식의 역사, 유래, 제대로 먹는 법 등 요식계 뒷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제대로 된 식당을 소개할 계획. 전현무는 "'수요미식회'는 '여기 별로인데?'라고 솔직하게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자신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냉장고 속 재료를 셰프들이 15분 만에 요리를 만들어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 겨루는 프로그램. 평범한 재료가 근사한 요리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보노라면 감탄이 나온다.

남자 출연자들을 내세운 이 같은 요리 프로그램들은 여성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판타지를 구현한다.

'오늘 뭐 먹지'의 석정호 PD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요리하는 남자는 '섹시하다'는 이미지를 지닌다"며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내 남자가 저랬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도 있는데, 남자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가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것 같은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 요리 프로그램들은 남자들도 만들기 쉬운, 비교적 간단한 요리 비법을 소개하는 게 특징이다.

석 PD는 "여성 시청자들이 요리를 못하는 남자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는 효과도 지닌다"며 "이는 남자들을 움직이게 만든다"고 전했다. 또 "요리 실력이 부족한 남자 출연자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남자가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요리에 관심을 갖고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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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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