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몇 남지 않은 창업 1세대 기업인 중 하나인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이 2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1928년 일제 강점기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고 문태식 명예회장이 아주그룹의 모태인 아주산업을 설립한 것은 1960년 9월 1일로, 당시 정부의 농어촌 전기보급 사업과 맞물려 나무 전주를 콘크리트 전신주로 대체하는 사업을 통해 회사의 초석을 다졌다.
사회 기반 인프라가 부족했던 1950년대 말에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깃줄을 맬 수 있는 50년 이상 키운 10m 길이의 목재가 필요했다. 그러나 온 산야가 벌거숭이였던 당시 그런 큰 나무를 구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결국 일본이나 캐나다에서 비싼 돈을 주고 수입해 사용해야만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 문태식 명예회장은 “전신주를 콘크리트로 만들면 5분이면 가능한 일인데, 왜 비싼 외화를 주고 몇 달 몇 년씩 걸려 굳이 나무 전주를 수입해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같은 구상에 따라 서울 망우리에 6만 6116㎡ 부지의 콘크리트 전주 공장을 설립한 게 지금의 아주그룹을 있게 한 시초라 할 수 있다.
이후 1970년대에는 건설용 고강도 흄파이프(Humepipe)를 공급해 국내 굴지의 건자재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1980년 망우동에 레미콘 공장을 지어 레미콘 사업진출을 본격화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범 아주그룹은 금융, 자동차 판매·호텔, 레미콘, 부동산·자원개발 등 20여개 계열사, 매출 1조7000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고 문태식 명예회장은 지난해 5월 아주그룹 사업의 첫 발원지인 중랑구에 토지 26만3799㎡, 시가 400억 상당의 사재를 기부하며 재계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확산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포브스로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부영웅 48인’에 뽑혔다.
창업주인 문태식 명예회장이 별세했지만, 범 아주그룹의 경영구도에는 별다른 혼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명예회장 생전에 3명의 아들에게 고루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장남인 문규영 회장이 물려받은 아주그룹은 레미콘, 아스콘, 파일 등의 건자재 사업과 캐피탈, 저축은행, 벤처투자, 자산운용 등의 오토금융 부문과 호텔사업 부문, 부동산, 해외자원 개발, 자동차 후방사업 분야를 영위하고 있다.
2남인 문재영 회장이 이끄는 신아주그룹은 신아주(상봉터미널 운영), 아우토플라츠(폭스바겐 판매 및 정비사업), 아주디엔앰(부동산 개발부문)을 경영하고 있다.
2007년 아주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아주가족은 현재 AJ렌터카(렌터카, 중고차매매 등), 아주렌탈(OA기기, 건설기기, 파렛트렌탈 등), 아주코퍼레이션(냉장창고, 유류사업), AJ파크(무인주차장 운영)을 주력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3남인 문덕영 사장이 AJ네트웍스지주부문을 통해 계열사들을 이끌고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