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류 몸값' 장원준 오버페이 후폭풍 '이제부터'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4.12.02 14:07  수정 2014.12.02 14:51

폭등 속 내년 FA시장서 김현수-오재원 잡아야

장원준도 지나친 고액 논란 속 최고성적 필요

두산이 거액 들여 영입한 장원준. ⓒ 롯데 자이언츠

올해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서 장원준(29) 행보는 단연 뜨거운 감자였다.

롯데 간판투수였던 장원준이 88억이라는 역대 최고액의 파격 제의를 마다하고 FA 시장에 나온 속사정, 천정부지로 치솟은 그의 몸값이 과연 어느 정도에 이를지 등은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장원준은 4년 총액 84억에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당초 장원준을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거론됐던 LG나 한화가 아니라, 오랫동안 FA시장에서는 투자에 인색하던 두산이라는 사실은 이례적이다. 한때 100억설까지 거론됐던 장원준의 몸값은 롯데가 제시한 액수보다 낮은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된 것도 눈길을 모았다.

장원준 후폭풍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역시 원 소속구단 롯데다.

장원준과 협상 결렬 이후 롯데 구단은 이례적으로 88억이라는 협상조건까지 공개하며 팬심 달래기에 나섰다. 장원준을 잡기위해 구단 측에서 최대한 성의를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장원준은 이를 비웃듯 롯데가 제시한 액수보다 낮은 조건에 두산과 계약했다.

이는 장원준이 처음부터 롯데에 마음이 떠났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롯데는 프런트와 선수단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CCTV 사찰 사건까지 터지며 여론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팀 성적도 7위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로서는 많은 상처를 받고 롯데 구단에 회의를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장원준 외에도 투수 김사율-내야수 박기혁마저 신생팀 kt에 내줬다. 최근 3~4년으로 범위를 확장해도 이대호-홍성흔-김주찬 등 간판스타급들이 FA 자격을 얻으면 팀을 떠나기 일쑤였다. 물론 정대현-최준석-강민호 같이 투자한 사례도 있지만 전력보강 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더 컸다.

장원준의 이적은 다음 시즌 팀 전력의 약화와 함께 FA 선수들에게는 롯데에 '가고 싶지 않은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두산, 내년 FA 뒷감당 가능할까

두산은 표면적으로 이번 장원준 영입전의 승자다. 장원준 가세로 다음 시즌 니퍼트-마야-유희관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의 구축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뒷감당이 걱정스럽다. 두산은 FA 시장에서 돈을 잘 안 쓰는 짠돌이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해만 해도 팀 공헌도가 높던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등 내부 FA들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잡지 않았고, 올해 김동주와 결별하면서 프랜차이즈스타에 대한 홀대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갑자기 장원준을 영입하는데 84억이라는 거금을 투입했다. 장원준의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너무 많은 돈을 들였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FA 시장의 몸값 거품 논란과 더불어 두산도 내년 이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두산은 다음 시즌 프랜차이즈스타 김현수와 오재원 등이 FA로 풀린다.

장원준 영입전에서 FA 시장가격을 높인 뒤라 다음 시즌 대어급 FA들의 몸값도 덩달아 올라가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에이스 니퍼트를 붙잡지 못할 경우, 장원준의 영입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


'오버페이 논란' 장원준, 어깨 무겁다

일약 FA 역대 최고액 투수로 등극한 장원준은 다음 시즌부터 무거운 기대와 부담을 한 몸에 안게 됐다. 4년 84억원 SK 와이번스에 잔류한 내야수 최정(4년 86억원)에 이어 FA 역대 2위의 기록. 원 소속팀과 재계약이 아닌 팀을 옮긴 선수 중에는 최고액이다.

롯데보다 적은 액수에 계약했다고 하지만 순 보장액만 80억이고, 옵션을 줄인 것에 불과하다.

통산 평균자책점 4점대(4.18)에 최고성적이 15승 한 차례에 불과한 투수에게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줬다는 거품 논란은 여전히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롯데를 떠난 것이 장원준이 '돈 욕심이 없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연봉 10억대 투수의 기대치는 보통 투수와는 당연히 달라야한다. 장원준의 최고 시즌은 2011년으로 29경기 등판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지금부터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매 시즌 이 정도의 성적을 꾸준히 올려야 몸값에 걸맞은 자격을 다했다고 할만하다.

FA계약을 맺은 4년간은 장원준이 투수로서 전성기를 맞이할 시기다. “실적은 일류에 못 미치는 선수들이, 몸값만 일류로 받으려고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액 FA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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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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