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이케아 고가 논란이 아쉬운 이유

김영진 기자

입력 2014.11.21 10:47  수정 2014.11.23 13:54

9200개 제품 전체 가격 비교 불가 일부만 가지고 비교 논리 떨어져...해외직구족으로 모는 수입품 더 문제

내달 18일 오픈하는 이케아 광명점. ⓒ이케아코리아
이케아 제품 고가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케아 제품이면 무조건 저렴할 것이라 믿었던 한국의 소비자들은 배신감이라도 당한 듯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케아 가격 정책을 이해시키고자 마련된 간담회서도 가격인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국인 특유의 분명 화법으로 '노(NO)'라고 하니 '뻔뻔하다', '오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어느새 한국에서 이케아는 비싸다는 이미지로 각인됐고 '호갱'이라는 유행어도 낳았다.

하지만 이케아 제품이 비싸다는 여론몰이가 과연 이성적이며 논리적 접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9200개가 넘는다. 이중 한국에는 8000여개가 들어올 예정이다.

이케아는 전 세계 50개국 362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그야말로 '공룡' 기업이다. 가격 정책 역시 진출 국가의 매장 수, 물가수준, 유통방식, 부가세,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 등에 맞춰 달라진다. 이케아 소파만 하더라도 9000원부터 300만원대 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갖추고 있다.

이런 엄청난 양의 제품을 판매하고 국가별 다른 가격 정책을 펼치는 이케아를 두고 어느 나라보다 비싸다는 등의 논리가 성립할 수 있을까.

논란이 된 베스토부르스 TV장식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이 제품이 44만9000원에 책정됐지만 미국은 249달러(27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어 비싼 것이 맞다. 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독일 이케아에서는 299유로(40만원대)에 판매한다. 한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이케아 매장이 가장 많은 국가인데도 말이다.

이 논리로 접근하면 미국에서 479달러(53만원대)에 판매되는 엑토르프 2인 소파(베이지)가 한국에서 29만9000원로 책정된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베스트셀링 모델인 펠로 암체어 역시 미국서는 49.99달러(5만5000원대)인데 한국은 3만9000원에 판매된다. 이케아 레스토랑서 판매하는 미트볼 역시 미국에는 5.99달러(6600원대)인데 한국서는 59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결국 이케아 제품 가격은 단순히 몇몇 국가와 제품으로 단순 비교할게 아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색깔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정말 가격 비교를 하고 싶으면 8000개 제품을 50개국 362개 매장 전체와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이케아 직원조차 어느 나라가 싸다 비싸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케아에는 '민주적 디자인'이라는 철학이 있다. 이 민주적 디자인은 70여년 동안 아케아를 지켜온 종교 교리와도 같다. 민주적 디자인의 요소는 형태(form), 기능성(function), 품질(qua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낮은 가격(low price)이 있다. 이케아는 이 다섯 가지 요소로 모두 설명 가능하다. 모든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할 때 이 민주적 디자인에 한 치라도 벗어나서는 안된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는 이케아가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보고 한국에서만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이케아가 전 세계 홈페이지와 카탈로그를 통해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정말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아는 것은 한국 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서 절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전자제품과 그럴듯하게 포장해 백화점에서 몇 배나 비싸게 판매하는 수입제품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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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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