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지난 9월 24일 긴급 노사협의회를 열고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환은행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위한 노사 협상이 첫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틀어졌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임원 4명과 외환은행 노조 4명으로 구성된 ‘4:4’협상단은 지난 14일 첫 만남을 가졌으나 참석 인원과 모임 성격 문제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오히려 의견의 간극만 확인한 만남이 됐다.
조기통합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노사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시작될 조짐이다. 당장 인적구조와 임금격차, 고용 보장, 중복 지점 문제 등 휘발성 높은 사안에는 손도 대지 못한 상황에서 파열음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초반 ‘기 싸움’에서 밀리면, 협상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14일 오후 7시 무슨 일이 벌어졌나?
협상단이 이날 만남 직후 스파크를 일으킨 것은 회의참석 구성원의 문제였다. 협상단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났고, 즉각 노조측에서 참석 인원에 문제를 제기를 했다.
노조는 이날 모임이 양측 간 대화의 첫 문을 여는 ‘킥오프(Kick-off)’로서 양측 수장이 참석하는 것이 협상의 관례라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17일 “첫 상견례인만큼 양측 수장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참석해야 한다고 사전에 실무진을 통해 전달했다”며 “하지만 김 회장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김 회장이 애초에 참석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도 했다.
김 회장은 회의시작 2시간 만인 오후 9시께 회의장에 도착했다. 이에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은 회의가 열릴 당시 수원에서 임원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었고, 노조에서 ‘김 회장이 없으니 협상을 못하겠다’고 해서 급하게 서울로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이 협상단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회의 불참’이나 ‘노조가 2시간을 기렸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노조의 요구대로 김 회장이 테이블에 앉았지만, 협상은 30분만에 소득 없이 끝났다.
상견례 파행 후 "대답 않고, 자리 박차고 나가"vs"상견례서 조건부터 내거나"
노조는 이에 대해 “김 회장이 예정된 회의 시작 시각보다 2시간 늦게 참석한 데 이어 30여분 만에 ‘오늘 상견례는 없던 걸로 하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이 일방적으로 판을 깼다는 것이다.
이에 사측은 노조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자마자 ‘사전조건’을 내걸어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노조가 상견례에 앞서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2.17합의’를 준수하는 것으로 약속한다 등의 사전조건을 내걸었다”며 “상견례 자리에서 이런 조건을 내거는 것이 진정으로 대화를 하려는 모습인가”라고 되물었다.
노조는 이날 만남에서 △일방적인 합의위반에 대한 사과 △새로운 합의서 체결 전까지 IT 통합과 합병승인 신청 등 통합절차 중단 △정규직 전환 등 신뢰회복 조치 시행 △‘대화단’에 대폭적인 권한 위임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2.17합의 파기에 따른 신뢰회복을 위해 필요한 요구사항이라고 했고, 사측은 통합을 위한 노사 협의장에서 ‘새합의서 체결 전 통합절차 중단’이라는 요구사항을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의 반응에 대해서도 노조는 “요구사항에 대해 김 회장이 답변을 하면 될 일”이라고 했고, 사측은 “상견례 자리에서 내건 실무적인 요구조건에 답변할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양측 모두 상대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대화를 재개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통합을 위해 만나놓고는 기싸움만 한 꼴”이라며 “유치한 자존심 싸움”이라고 꼬집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