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는 페넌트레이스 종료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구단들이 사령탑 교체를 단행한 만큼 뒷말도 무성했다.
4강 탈락팀의 감독들이 모조리 교체된 것은 프로야구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공교롭게도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들이 많았고, 팀 성적도 대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거나 심지어 재계약에 성공하고도 악화된 여론을 견디지 못해 자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다음 시즌 KT 합류로 인한 10구단 시대 출범과 함께 프로야구단 절반에 이르는 5개 구단이 수장을 바꾸며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것은 프로야구계가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팀 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신임 감독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다양한 세대와 경력을 포괄하는 신임 감독들의 등장은 프로야구계에 한층 다채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김응용 감독이 떠난 자리에 3년 만에 복귀한 '야신' 김성근 감독이 또 다른 최고령 감독 자리를 예약했다.
김성근 감독은 다음 시즌 신임 감독 중에서도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지도자다.
최근 6년간 5차례나 최하위에 그친 한화를 김성근 감독 특유의 스파르타 훈련과 집요한 야구를 통해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관건이다. 프런트와 시스템 야구가 지배하고 있는 최근 한국야구의 트렌드 속에서 야신으로 꼽히는 김성근 감독의 관리야구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 김용희 감독(59)도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베테랑 지도자다. 현역 시절 롯데의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김용희 감독은 롯데와 삼성 등에서 감독 생활을 역임했고, 최근에는 SK 육성총괄을 거쳐 마침내 1군 감독으로 올라섰다.
온화하고 신사적인 성품을 바탕으로 선수단 및 프런트와의 관계가 모두 원만하다는 것이 강점이지만, 감독으로서는 1995년 롯데 시절 한국시리즈 준우승 외에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약점도 있다.
대체로 젊은 감독들을 선호하는 추세도 여전하다.
송일수 감독을 경질하고 김태형(47) 신임 감독을 선임한 두산, 선동열 감독 자진사퇴로 김기태(45) 감독을 영입한 KIA, 선수단 내홍으로 고난을 겪었던 김시진 감독 후임으로 이종운 감독(48)을 선임한 롯데 등은 모두 40대 젊은 지도자들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김태형-이종운 감독은 현 소속팀에서 선수생활을 보낸 프랜차이즈 출신이고, 김기태 감독은 KIA와 직접적 연결고리는 없지만 연고지인 광주일고 출신이다. 젊은 감독들의 선임을 통해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것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구단의 선임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김태형-이종운 감독은 프로 1군 지휘봉을 처음 잡는 초보 감독이다. 김기태 감독 역시 지난 시즌 LG에서 갑작스러운 자진사퇴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감독들이 리빌딩이 필요한 팀 사정상 시행착오를 줄이고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대체로 프런트의 영향력이 강한 구단들일수록 과감한 변화보다는 무난한 인사에 가깝다는 비판도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많은 팬들이 새로운 감독 선임에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것은, 지도자로서의 검증된 능력보다 친 구단 성향에 치중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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