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즉석밥 대명사' 햇반, 어떻게 만들어지나 봤더니...

부산 = 데일리안 조소영 기자

입력 2014.11.02 12:00  수정 2014.11.02 06:21

'이런 밥도 있다' 존재감 알렸던 햇반, 이제는 '든든한 한끼'로 자리잡아

'최상의 밥맛, 청결한 포장' 위해 총 6단계 작업 거쳐 '엄마표 밥' 완성

CJ제일제당 부산공장은 CJ제일제당의 핵심 식품사업장으로 현재 햇반을 비롯해 다시다, 푸딩 제품 등이 생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

도정작업 등을 거쳐 쌀에서 밥으로 탄생한 햇반이 포장지 씌우기 등 나머지 포장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일제당에서 밥이 나왔어요!"

1996년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의 첫 광고를 맡았던 배우 김혜자가 외쳤던 말이다. 자고로 밥이란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정성들여 직접 준비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던 시절이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깨기 위해 온 국민이 믿고 보는 '국민엄마' 김혜자를 통해 '이런 밥도 있어요'라고 외쳤다.

이렇게 존재감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던 햇반이 어느새 올해로 출시 19년째를 맞았다. 이제는 편리성은 물론 든든함까지 갖춘 '즉석밥의 대명사'가 됐다. 즉석밥을 즐기는 핵가족·맞벌이족, 1인 가구, 노년층 등이 급증하는 추세라 미래도 밝다. 출시 당시 2000톤이었던 생산량은 지난해 3만톤을 넘어섰다.

지난달 31일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위치한 CJ제일제당의 햇반공장을 찾아 어느덧 일상 속 '든든한 한끼'로 자리잡은 햇반의 생산과정을 살펴봤다. 따로 밥을 한 뒤 규격용기에 일정량을 퍼담는 형식으로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햇반은 총 6단계의 밥짓기 과정을 거쳐 '엄마표 밥'을 완성했다.

어떤 음식이든 좋은 재료가 준비됐다면 맛의 절반은 보장하는 법. 햇반은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에서 전국의 쌀조사, 맛집의 밥맛 연구 등을 통해 가장 좋은 쌀을 엄선해 사용한다. 연구원들은 직접 실사를 나가 모내기부터 가을 수확까지 관리한다. 햇반 생산의 첫 번째 단계는 이렇게 준비된 재료의 신선함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쌀은 15도 이하로 저온보관된 뒤 도정작업을 거친다.

특히 도정 후에는 24시간 내에 제품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도정 후 쌀의 신선도와 수분함량이 낮아지기 때문에 보관이 길어질수록 신선함은 떨어진다. 이창용 공장장은 △15도 저온보관 △당일 도정을 강조하면서 "햇반이 경쟁사보다 월등하게 품질 유지가 가능한 이유는 신선한 쌀을 바로 햇반으로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정작업이 끝난 뒤에는 쌀씻기와 불리기 공정이 이어진다. 쌀씻기 기계를 사용해 쌀을 3번 씻어낸 뒤 탈기수를 사용해 1시간 정도 쌀 내부에 균일하게 물을 흡수시킨다. 이렇게 준비운동을 거친 쌀은 3단계에 이르러 압력밥솥의 원리가 적용된 140도, 3기압 이상의 고온·고압 상태의 시설로 들어가 밥으로 탄생한다.

밥이 다됐다고 해서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전반전(1~3단계)이 '최상의 밥'이라는 내용물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후반전(4~6단계)은 이 맛이 소비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외형을 갖추는 과정이다.

특히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로 밥을 포장하는 4단계 작업에서는 무엇보다 청결이 강조된다. 이 공장장은 포장작업이 이뤄지는 클린룸에 대해 "반도체 공장 이상으로 미세먼지를 관리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햇반이 방부제 없이 상온보관이 가능한 것도 이 같은 청결 과정을 거쳐 균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밥이 담기는 용기 또한 '청결의 끝'을 추구한다. 이 공장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일회용기에 열을 가하는 제품이라는 점 때문에 용기나 포장지 업체 등이 어떤 곳인지 걱정할 수 있지만 안심해도 된다"며 "환경호르몬 문제 등에 있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되는 곳들"이라고 강조했다.

포장을 마친 햇반은 '뜸들이기'에 들어간다. 깊은 맛을 내기 위한 작업으로 뒤집어진 채로 15분간 증숙 설비 내에 머무른다. 마지막으로는 15분간 차가운 물에서 급속 냉각 작업이 이뤄진다. 유통상 신선함 유지를 위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햇반은 '밥보다 더 맛있는 햇반'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시중에 판매된다.

특히 마지막 공정이 이뤄지는 작업장 천장에는 다양한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이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단 한개의 결함도 고객에게 보내지 않겠다'는 글귀다.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완벽한 제품만을 출고하겠다는 뜻이다. 햇반의 공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 공장장은 이에 대해 "소비자에게 위생적이고 더 좋은 맛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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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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