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넥센=2014 롯데’ 김시진호 또 박탈감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입력 2014.10.18 01:36  수정 2014.10.18 22:51

‘우승후보’ 전망 무색..투타 총체적 부실

7월 이후 23승 39패..넥센 시절과 닮은꼴

김시진 감독은 2년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의 책임을 지고 결국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났다. ⓒ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은 2014시즌도 가을잔치를 TV로 시청하게 됐다.

우승이 목표라던 당찬 포부는 온데간데없고, 7월 이후엔 패배 의식에 찌든 전형적인 약팀의 모습만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도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이대호에 이어 홍성흔과 김주찬까지 팀을 떠난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도 시즌 내내 4위권을 위협하며 66승4무58패(승률 0.532)로 리그 5위를 기록했다. 5년 연속 가을잔치에 초대받을 당시에도 이보다 높은 승률을 기록했던 것은 두 번뿐이다.

올 시즌의 롯데는 지난해보다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강민호를 붙잡았고, 15승 투수였던 장원준이 제대했다. 중심 타선에 무게를 더한 최준석을 FA로 영입했다. ‘기대주 장성우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4강 재진입은 물론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올 시즌의 롯데는 지난해보다 성적이 나빠졌다. 58승1무69패(승률 0.457)의 성적으로 9개 구단 중 7위에 그쳤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6월까지만 해도 롯데는 35승 30패를 기록, 5할을 상회하는 승률로 4위에 올라 있었다. 당시만 해도 5위와의 승차보다 2~3위팀들과의 격차가 더 적었다. 6월 한 달 동안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13승 6패)을 기록,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7월부터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했다. 7월에 8승 14패를 기록하며 시즌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졌고, 8월에는 5승 15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7월 이후 롯데는 23승 39패를 기록, 이 기간 9개 구단 중 가장 승률이 낮았다.

롯데가 그렇게 바닥을 기고 있는 동안 6월까지 7위와 8위였던 SK와 LG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시즌 막판까지 4강 경쟁을 펼쳤다. 때문에 롯데 팬들이 느끼는 심리적 박탈감이 더 컸다. 다른 팀은 시즌을 치르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더 강해진 반면, 롯데는 갈수록 약해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롯데는 강점이라 여겨졌던 부분들이 기대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당초 유먼, 옥스프링, 장원준, 송승준으로 구성된 1~4선발의 위용은 삼성-NC 등과 더불어 리그 최고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해 실망만 안겼다. 올 시즌 과제 중 하나였던 5선발 문제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도 해결하지 못했다.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 받았던 불펜 역시 시즌 내내 속을 썩였다. 지난해의 믿음직한 마무리 김성배는 일찌감치 보직해제 됐고, 2년 연속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던 좌완 셋업맨 이명우는 동네북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김승회가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잡고, 이정민과 정대현 등이 힘을 보탰지만, 당초 기대했던 모습과는 동떨어진 전력이었다.

타선은 전형적인 ‘용두사미’ 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만 해도 ‘대박’인줄 알았던 히메네스가 ‘쪽박’으로 전락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롯데는 히메네스가 리그 최고 수준의 타격을 보여주던 4~5월만 해도 넥센과 리그 1~2위를 다투는 막강 화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히메네스가 침묵하기 시작하면서 롯데의 공격력도 반감되기 시작했다.

손아섭은 여전히 훌륭한 시즌을 보냈고, 뒤늦게 터진 최준석도 나름 제 몫을 했다. 황재균과 박종윤, 정훈 등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가 프로야구 사상 가장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롯데 타선의 힘은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달갑지 않은 징크스도 롯데의 뒤를 따라다녔다. 롯데는 올 시즌 화요일 경기에서 1승 1무 18패(승률 0.053)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20경기 가운데 딱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고, 화요일 16연패라는 치욕스런 기록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현장에서는 ‘화요일 징크스’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질 정도였다.

이쯤 되면 감독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롯데는 김시진 감독이 부임하기 전만 해도 5년 연속으로 가을잔치에 참가했던 팀이다. 그리고 구단은 ‘우승하기 위해서’ 김시진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 롯데가 안고 있던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 5선발과 1루수 포지션 중복 문제를 비롯해 주전 좌익수 발굴과 확실한 필승조 구축 등 팀이 안고 있던 문제가 모두 표면으로 드러나 올 시즌 내내 팀을 괴롭게 했다. 화요일 징크스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 롯데의 모습은 2012년 넥센의 그것과 참 많이 닮아 있다. 당시의 넥센도 전반기까지 좋은 성적을 기록하다 후반기 들어 추락했다. 당시 넥센의 사령탑이었던 김시진 감독은 롯데에 와서도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17일 부산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래 전부터 예견된 바다. 과감한 투자와 현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지 못한 구단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감독 교체 카드에도 팬들은 여전히 한숨만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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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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