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2014 MLB’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부상으로 24일의 공백기를 거친 뒤의 등판이란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피칭이었다.
3회까지는 조금 불안했다. 3회말 맷 카펜터에게 맞은 솔로 홈런 포함 4피안타 1볼넷으로 다소 끌려갔다. 풀카운트 접전이 계속되면서 3회 투구수가 62개에 이르렀다.
4회부터 안정을 찾으며 본연의 피칭을 시작했다. 4회부터 6회까지 3이닝을 9명의 타자로 막아냈다. 안타로 출루시킨 타자를 병살로 잡아내는 등 32개의 공으로 요리했다. 류현진다운 피칭이었다.
그러나 다저스 타선은 6회까지 선발 존 랙키를 상대로 고작 1점밖에 얻지 못했고, 류현진은 1-1 동점인 가운데 7회초 대타로 교체됐다. 뒤를 이어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스캇 엘버트가 콜튼 웡에게 2점 홈런을 맞아 다저스는 끝내 1-3 패, 시리즈전적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올 시즌 다저스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리그 최강의 선발진과 수준급 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불펜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다저스 선발진은 올 시즌 76승 44패 평균자책점 3.20의 매우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올해 다저스가 기록한 94승 중 81%가 선발승이었고, 이는 2위 워싱턴(70승 49패 3.04)을 크게 따돌린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승률(63.3%)도 감히 비교할만한 팀이 없었다. 평균자책점은 워싱턴에 이은 2위.
반면 불펜은 18승 24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부진했다. 내셔널리그 15개팀 가운데 2번째로 구원승이 적었고, 평균자책점은 4번째로 나빴다. 국내 팬들 역시 매번 류현진 선발등판 경기 중계를 볼 때마다 불펜 때문에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최고의 선발진과 최악의 불펜. 자연히 다저스가 이기는 게임의 대부분은 불펜을 가동하기 전 충분한 점수차였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승리 방정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1차전에서는 믿었던 ‘슈퍼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고, 2차전에서는 잭 그레인키가 마운드에서 내려오자마자 셋업맨 J.P. 하웰이 블론 세이브를 저질렀다. 3차전에서도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가자마자 사고가 발생했다.
돌이켜 보면 1차전에서도 커쇼 다음 등판한 페드로 바에즈가 3점 홈런을 얻어맞은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선발진만 믿고 야구하던 팀이 정작 가을이 되자 선발승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다저스 선발 76승 가운데 52승을 책임졌던 커쇼, 그레인키, 류현진 모두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은 뭔가 꼬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2차전에서는 동점 허용 후 곧바로 맷 켐프의 솔로 홈런이 터져 간신히 이겼지만, 다저스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야구는 아니다. 행운이 깃든 결과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의 투수운용 능력을 탓하는 목소리도 크다. 24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의 투구수를 100개 이하로 제한한 것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경험이 일천한 엘버트를 올렸던 것을 놓고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엘버트는 7경기 4.1이닝 던진 것이 올해 정규시즌 기록 전부다.
매팅리 감독은 4차전에서 또 한 번의 모험을 시도한다. 1차전에서 무너졌던 커쇼를 4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세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4선발 댄 하렌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겠지만, 과연 3일 쉰 커쇼가 하렌보다 잘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1차전에서 커쇼의 투구수는 110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포스트시즌이라고 해서 선발투수가 3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은 매팅리 감독이 선수로 뛰던 1980년대나 통하던 방식이다.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진 2000년대 이후로는 제아무리 최정상급 에이스라 하더라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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