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웠던 대만전, 금메달 불안요소 정녕 없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9.24 22:18  수정 2014.09.24 22:56

8회 이재원 결승 타점에 힘입어 10-0 콜드승

초반 대량 득점 후 갑작스럽게 집중력 떨어져

대표팀은 초반 대량 득점 후 이재원의 끝내기 안타가 나올 때까지 집중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이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 대만을 손쉽게 제압하며 아시안게임 2연패 전망을 밝게 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재원의 끝내기 결승타로 8회 10-0 콜드승을 따냈다.

이로써 2승째를 거둔 한국은 약체 홍콩전을 남겨둔 가운데 사실상 B조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준결승에서는 A조 2위가 유력한 중국을 만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는 28일 결승에서는 일본 또는 대만과 만날 확률이 높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던 경기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너무도 싱겁게 승부가 갈렸다. 대표팀은 1회부터 대만 선발 왕야오린을 무참하게 두들겼다.

첫 타자 민병헌의 안타를 시작으로 연속안타가 터진 한국은 ‘대만 킬러’ 강정호가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경기장에 꽉 들어찬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대만 선발 왕야오린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4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조기 강판됐다.

이후에도 불방망이의 화력쇼는 그칠 줄 몰랐다. 1회에만 7점을 뽑아낸 대표팀은 2회 4번 타자 박병호가 이번 대회 첫 홈런을 신고했다. 중앙 펜스를 훌쩍 넘기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과 동시에 사실상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포였다.

양현종이 선발로 나선 마운드도 완벽에 가까웠다. 최근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양현종은 막상 경기에 돌입하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4이닝 동안 2피안타 7탈삼진의 괴력 투구를 선보였다.

양현종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대 후반이었지만 볼 끝이 묵직했고, 무엇보다 주 무기인 슬라이더의 각이 예리해 대만 타자들이 아예 손도 대지 못할 정도였다. 뒤이어 등판한 차우찬-한현희-안지만도 각각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무난하게 잘 틀어막으며 무실점 행진에 동참했다.

드림팀으로 불리는 야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타자들의 집중력은 기대치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마운드도 매 이닝 실점 없이 상대 타선을 꽁꽁 틀어막고 있다. 예상보다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날 대표팀은 경기 초반과 이후 중후반의 경기력이 극명하게 엇갈렸는데 콜드게임까지 단 1점만을 남겨두자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3회 이후부터는 대부분의 타자들이 큰 것 한 방을 의식한 스윙으로만 일관했다. 그렇다 보니 대만 투수들의 썩 좋지 않은 제구력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등 잘 나가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일쑤였다.

이는 경험 부족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의 라인업에서 김현수, 강정호, 강민호 정도를 제외하면 태극마크가 처음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을수록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이 발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진행된 이번 대표팀은 베테랑이 적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주장이자 4번 타자인 박병호 조차 프로 데뷔 후 이번이 첫 번째 대표팀 발탁일 정도다.

상대 좌완 투수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 부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타자들은 교체 투입된 대만 좌완 천관위에 막혀 연신 배트를 허공에 대고 갈랐다. 천관위는 대만전에서 앞서 류중일 감독이 경계대상으로 꼽은 선수였다.

만약 대만과 결승서 다시 맞붙게 된다면 천관위가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구위보다는 각 좋은 변화구를 바탕으로 한 코너워크가 인상적인 투수로 현재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서 뛰고 있다. 천관위의 존재는 박병호, 강정호를 제외하면 대부분 좌타자로 이뤄진 대표팀에 의외로 치명적일 수 있다.

물론 류중일 감독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류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핑계인지는 몰라도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면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라면서 "천관위가 잘 던지더라. 만일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다면 충분히 공략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불안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려는 류중일 감독의 치밀한 계산이 엿보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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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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