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총’ 기성용 ‘왼발의 맙소사’ 혼다…엇갈린 두 천재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08.19 15:04  수정 2014.08.19 17:52

기성용 ‘양발잡이’ 장점 활용..EPL 1호골

혼다, 왼발 킥마저 고장? 홈런 코너킥 망신

한일 축구의 간판 기성용(오른쪽)과 혼다 케이스케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 연합뉴스

혼다 케이스케(28·AC밀란)가 기성용(25·스완지시티) 위치에서 볼을 잡았다면 상대 수비진은 어떻게 나왔을까.

일본 축구의 간판 혼다는 자타공인 ‘왼발의 마법사’다. AC밀란 필리포 인자기 감독(41)도 “혼다의 왼발은 저격총 수준이다. 정확하고 강력하다”고 칭찬할 정도다. 혼다는 무회전 프리킥부터 스루패스까지 왼발로 결정짓는다. 혼다가 월드컵에서 터뜨린 모든 골도 왼발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장점은 곧 단점이 될 수 있다. 혼다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스완지 시티의 개막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기성용 위치에서 볼을 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과연 혼다가 맨유의 ‘허’를 찌르는 슈팅을 할 수 있었을까. 상대는 혼다의 ‘왼발’이 무섭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혼다의 왼발 각도를 좁히기 위한 블록을 쌓았을 것이 분명하다.

반면 기성용에 대해서는 맨유 수비진이 방심한 면이 있다. 기성용이 왼발·오른발 모두 능숙한 ‘양발잡이’라는 사실을 맨유 수비진 누구도 몰랐다.

그동안 기성용은 대부분의 프리킥을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왼발도 곧잘 쓰지만, 중요한 순간엔 오른발로 결정지었다. 때문에 오른발만큼 ‘왼발’도 능숙한지에 대해서 맨유 수비진은 인지하지 못했다.

덕분에 기성용은 EPL 개막전 1호골 주인공이 됐다. 이 역사는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깨기 어려울 전망이다. EPL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선수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기성용이 쌍권총을 장착한 비결은 ‘한국축구’에 있다. 한국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양발을 고르게 사용하도록 가르친다. 상황변화에 따른 발 빠른 대처를 위해서다.

현대축구는 진흙탕 참호전에 비유된다. 온몸이 '무기'여야 한다. 특히, 볼 다툼이 치열한 미드필더에서 쌍권총은 옵션이 아닌 필수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또 거칠어진 현대축구에서 한 발만 특화한다면 위험한 구석이 있다. 왼발이 장점인 선수가 왼발을 다치거나 왼발의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반면 양발잡이는 현대축구에서 다용도로 쓰인다.

알렉스 퍼거슨(은퇴)은 박지성의 양발잡이 재능을 눈여겨보고 좌우 스위칭과 균형을 부탁했다. 오른발·왼발 모두 능숙하므로 좌측에서도, 우측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왔다.

또 박지성은 호날두가 총알처럼 튀어 나간 자리를 메웠다. 스트라이커 루니와도 포지션을 맞바꿔 상대팀에 혼란을 줬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2002 한국월드컵 시절 ‘쌍권총 발바리’ 이천수를 전후좌우에서 사용했다. 또 다른 양발잡이 안정환, 이영표, 송종국 등도 멀티플레이어로 활용했다. 심지어 윙백 이영표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기도 했다.

현대축구에서 외발잡이는 공격수(스트라이커) 포지션에 국한되고 있다. 골 결정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발만 극대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허리진은 다르다. 양발이 능숙해야 볼 싸움에서 유리하다. 혼다와 기성용은 미드필더다.

‘왼발의 마법사’ 혼다는 최근 왼발마저 신통치 않다. 최근 발렌시아와의 평가전에선 어이없는 실축을 범하기도 했다.

코너킥 상황서 혼다는 날아다니는 비둘기를 겨냥한 듯 경기장 최상단으로 공을 찼다. 혹자는 “라식 수술 이후 혼다의 킥이 예전 같지 않다. ‘왼발의 맙소사’가 됐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영국 현지에서 양발잡이 기성용이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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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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