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100달러화와 중국 100위안화 위조지폐가 급증하면서 금융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원화 중 최고액권인 5만원권이 위폐범들의 범죄대상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6일 공개한 ‘위조지폐 발견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견된 위조지폐는 총 1300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54장)에 비해 854장 줄었다. 새로운 은행권이 발행된 2006년 이후 가장 적었다.
권종별로는 5000원권이 874장으로 가장 많았고, 1만원권은 398장이었다. 5만원권은 24장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 지폐의 위조방지 장치가 워낙 촘촘하게 잘 되어 있어서 위조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조범들이 손을 데지 못하고 있다"며 "위조범이 아무리 위폐를 잘 만들어도 은선이나 홀로그램을 견고하게 만들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위조지폐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해 ‘희대의 위폐범’이 검거된 것이 결정적이다.
한은 발권국 발권정책팀 관계자는 “그동안 위폐가 가장 많이 발견된 5000원권의 경우, 기번호 ‘77246’의 옛 5000원권 위폐범이 지난해 검거되면서 발견장수가 크게 줄었다”며 “이 때문에 총 위폐 규모가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경찰에 붙잡힌 위폐범 김모씨는 기번호 ‘77246’을 그려넣은 옛 5000원권 위폐를 5만여장 만들어 유통시켰다. 2004년 이후 발견된 전체 위폐의 절반가량이 그의 손에서 나온 셈이다.
‘77246’으로 불리는 5000원권 위폐는 전량 회수되지 않고, 현재까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잉크젯 출력방식으로 제작된 ‘77246’이 숨은그림 선명도가 낮기 때문에 구 5천원권 사용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은은 당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발견된 위조지폐(711장)가 90%를 넘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74.5%), 경기(12.7%), 인천(2.9%)으로 조사됐고, 지방의 경우 대구가 3.5%로 가장 많았고, 부산은 1.1%에 불과 했다.
유통되는 은행권 ‘100만장당 위조지폐 발견장수’는 올해 상반기 중 0.3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0.5장) 보다 감소했다. 지난 2012년 상반기 1.2장을 기록한데 이어 같은해 하반기 1.1장, 2013년 상반기 0.5장, 하반기 0.4장 등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주요국 ‘발견장수’는 호주(10.2장, 2012년), 캐나다(29.0장, 2013년), 유로지역 (40.6장, 2013년), 영국(223.7장, 2013년) 등이다.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10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미국 달러나 중국 위안화 등 위폐가 많은 것은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 때문”이라며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화폐는 국제범죄에 이용되지 않고, 위조 역시 쉽지 않아 발견장수가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달러 신권'에 위폐 쏟아져 나와…은행들 위폐 감식업무 강화
은행권은 위폐에서 안전한 우리 사정과 달리 최근 급증하고 있는 미국 100달러화 위폐에 고심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외환, 국민, 신한, 하나, 우리, 기업, 농협은행 등 7개 은행이 발견한 달러화 위폐는 총 7만3142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적발된 위폐 총액(4만7576달러)을 이미 뛰어넘었다. 위폐는 대부분 최고액권인 100달러였다.
각 은행별 위폐 규모를 보면, 국내 환전시장 점유율 1위인 외환은행이 5만7480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 6502달러, 국민은행 3310달러, 하나은행 2500달러, 신한은행 2130달러 순이었다.
이와 관련 원진오 외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과장은 100달러 위폐증가 원인에 대해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위조 방지 장치를 강화한 새로운 100달러 신권을 발행하자 기존 구권 위폐 물량이 밀려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외환은행은 위폐 감식업무를 담당할 인프라를 확대하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위폐 감식 부분의 선도적 위치를 선점하는 등 환전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은 미국 100달러 위폐 증가와 함께 휴가철을 맞아 중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100위안 위폐가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며 외국인이 자주 찾는 시장과 상점 등에 주의를 당부했다.
각 시중은행들은 이에 대비해 위폐 감식업무를 강화하고, 위폐 식별방법을 고객들에게 홍보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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