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집단 멘붕’ 레알 마드리드 교묘한 심리전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4.30 06:03  수정 2014.04.30 09:10

16골 호날두, 챔스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

다혈질 리베리 흥분 일으키자 그대로 자멸

리베리의 멘붕은 곧 뮌헨의 몰락을 불러왔다. ⓒ 게티이미지

바이에른 뮌헨을 집단 ‘멘붕’에 빠뜨린 레알 마드리드가 12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30일(이하 한국시각), 풋볼 아레나 뮌헨(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원정 2차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세르히오 라모스와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16골)을 세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활약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홈 1차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던 레알 마드리드는 1~2차전 합계 5-0의 여유 있는 스코어로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은 90분 내내 무기력한 경기로 홈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경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원정에서 패해 궁지에 몰린 뮌헨이 대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뮌헨은 역대 레알 마드리드와의 홈경기서 8승 1무를 기록할 정도로 전적에서도 심리적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티키타카’를 앞세운 뮌헨의 압도적인 볼 점유율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 의도대로 전개됐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우위를 보인 뮌헨 선수들은 서서히 상대를 압박해 들어갔고, 이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린 뒤 일방적 방어 자세를 요구 당했다.

하지만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역시 세계적 명장답게 모든 수를 읽는 모습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들고 나온 전술은 단 한 번의 역습으로 상대 수비를 궤멸시키는 이른 바 ‘카운터 어택’이었다. 전술의 완성도는 최근 몸이 좋지 않음에도 출전을 감행한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이었다.

여기에 레알 마드리드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뮌헨 선수들을 자극했다. 그리고 아직 골이 터지지 않은 전반 10분을 전후로 승부를 결정지어버린 2가지 묘한 장면이 연출됐다.

먼저 전반 8분,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이 이뤄진 가운데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는 페널티박스 바깥까지 나와 급하게 헤딩으로 볼을 처리했다. 공이 떨어진 위치가 하필이면 가레스 베일의 발끝이었고, 지체 없이 날린 슈팅은 아쉽게 크로스바 위를 지나갔다.

사실 노이어 골키퍼는 경기 시작과 함께 불안한 모습이었다. 베일에게 슈팅을 허락한 이 장면은 물론 전반 초반 미숙한 볼 처리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모습이었다. 최후방에서 안정감을 줘야할 노이어 골키퍼가 허둥지둥 거리자 뮌헨 수비수들도 맘 놓고 공격에 나설 수 없었다.

또 다른 결정적 장면은 1분 뒤에 일어났다. 왼쪽 측면을 공략한 뮌헨의 패스는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는 듯 보였다. 이를 프랭크 리베리가 살리기 위해 돌진했지만 다니엘 카르바할이 강한 보디체킹으로 저지, 신경전이 펼쳐졌다. 여기에 페페까지 달려와 도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혈질 성격의 리베리가 폭발하고 말았다.

심판의 저지로 더 이상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흥분한 리베리는 무뎌진 칼날이었다. 급기야 리베리는 전반 막판 카르바할에게 다가가 따귀를 때리는 소심한 복수를 하고 말았다.

실제로 이날 리베리의 경기력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2개의 슈팅을 쏘아 올렸지만 유효 슈팅은 1개에 불과했고, 80%의 패스 성공률도 팀 내 만주키치를 제외하면 최저였다. 결국 리베리는 후반 27분 고개를 숙인 채 교체아웃됐다.

상대 공격의 주요 루트 하나를 봉쇄한데 이어 골키퍼의 불안감이라는 뜻하지 않은 호재를 맞게 된 레알 마드리드는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4골을 퍼부었다. 빠른 역습은 날카로웠고, 수비수들 역시 티키타카를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와 달리 뮌헨은 변수라는 예상치 못한 적과 마주하자 놀란 듯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4개의 골을 허용하는 과정서 몸이 아예 반응조차 못한 노이어 골키퍼가 최대 역적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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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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